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대 이라크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17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 대 이라크 경기에서 승리한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체육기자 42년째인 필자에게 9월 17일과 11월 3일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날이다. 9월 17일은 1988년 제24회 하계올림픽이 서울 잠실운동장에서 개막한 날. 서울올림픽의 역사적 의미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모두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남겼다고 할 수있다. 그런데 11월 3일은? 광주학생 의거의 날. 맞기는 하나 한국축구계에는 영원히 남을 기념비적인 날이다. 1985년 11월 3일 오후 잠실운동장.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과 일본의 아시아 동부지역 최종예선 2차전이 열렸다. 10월의 일본 원정경기에서 이태호와 정용환이 득점, 2대1로 승리한 한국으로서는 비기기만해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 당시 한국팀 감독은 김정남. 일본은 김감독과 선수시절부터 경쟁관계였던 모리(森) 감독. 이날 잠실운동장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열망하는 한국 축구팬들로 가득찼다. 결과는 허정무의 득점으로 한국의 1대0 승. 1차전 결과와 합산, 3대1로 이겨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순간이었다. 현장을 취재했던 필자 또한 축제 분위기에 휩쓸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 밤 김정남 감독은 김호곤 코치와 함께 일본의 모리감독을 강남의 음식점으로 초치, 위로 만찬을 베푼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아시아유일의 월드컵 10회 참가

그로부터 한국축구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한 번도 거르지 않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이 기록은 아시아지역에서 유일하다. 그런데 한국축구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11월 17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A조 최종예선 6차전에서 난적 이라크를 3대0으로 꺾어 4승 2무, 승점 14로 이란과 함께 사실상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직 4번의 경기가 남아있지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무대를 밟는 세계 6번째 나라의 반열에 올랐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 5개국뿐이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11월 17일이 한국축구사에 영원히 기록되어야하는 이유다. 

손흥민, 이라크 경기에서 A 매치 30호골 

한국대표팀은 17일 새벽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경기에서 전반 이재성(마인츠), 후반 손흥민(토트넘), 정우영(알사바)의 득점으로 3대0,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한국팀이 3골차 승리를 거둔 것은 처음이다.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킨 손흥민은 2011년 1월 18일 이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컵 축구 인도와의 조별리그에서 A매치 데뷔골을 기록한지 10년 10개월만에 골 맛을 봤다. 이골은 손흥민의 A매치 30번째. 손흥민은 그동안 A매치 97경기를 뛰었다. 한국팀은 축구통계사이트 위글로벌풋볼이 예측한 월드컵 본선진출 확률이 14일 현재 98.61%였는데 이날 승리로 99%대로 진입, 이란과 함께 사실상 2022년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제 월드컵 본선에서도 8강꿈 이뤄야”

하지만 내년 11월 열릴 2022년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임하는 한국팀의 과제 또한 만만치 않다. 32년만에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본선에 나갔던 한국팀은 디에고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에 1대3, 1982년 월드컵우승팀 이탈리아에 2대3 패배를 당하고, 불가리아와는 1대1로 비겨 1무2패로 예선 탈락하는 등 월드컵 본선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다만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히딩크 감독이 기적같은 4강 신화를 일구었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토종’ 허정무감독이 16강에 턱걸이 했을뿐 아직도 세계 정상과의 거리는 멀기만하다. 어렵게 세계 6번째로 월드컵 본선 10회 연속 진출의 성과를 거두고도 또 다시 본선에서 1무2패나 3패로 예선 탈락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축구협회(회장 정몽규)를 중심으로 모두가 지혜를 모으고, 나아가 8강 진출의 꿈을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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