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 공정위는 정 회장이 계열사 11곳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보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 남정완 기자]지난 한 해 동안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총수(동일인) 일가가 17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기 임원이란 이사회 구성원(등기임원)으로 참석하지 않고 지위와 급여만 받는 임원이다. 책임은 없이 보수만 받는 재벌 일가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1년 공시 대상 기업 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지배 구조 현황' 브리핑을 통해 미등기 임원 보수를 취합해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올해 5월 지정 집단 71곳 중 쿠팡 등 신규 집단 8곳과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62곳(소속 회사 2218개)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총수가 있는 집단 54곳의 소속사 2100개 중 총수 일가 1명 이상이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한 곳은 120개(5.7%)다. 총수 일가는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서 각각 미등기 임원으로 재직했다. 

 가장 많은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등록한 총수는 중흥건설의 정창선 회장이었다. 그는 11개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회장의 2세도 11개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일했다. 다만 보수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어 유진의 유경선회장이 6개, CJ의 이재현 회장이 5곳의 계열사에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를 가장 많이 받은 총수는 이재현 CJ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계열사 5곳에서 총 124억원에 이르는 급여를 받았다. 이어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이 53억 8000만원을 받았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의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18개사중 7곳(38.9%)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 중흥건설,장금상선, KCC가 뒤를 이었다. 

 최근 5년간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는 회사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2017년 17.3%에서 2018년 15.8%, 2019년 14.3%, 2020년 13.3%에 이어 올해는 11.0%까지 하락했다.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가 하나도 없는 집단은 21곳이고 이 중 10곳은 2·3세 중 단 한 명도 이사로 등재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반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총수일가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재직하며 이익은 얻고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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