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AI 비서 서비스 '시리'. [사진=애플]
애플의 AI 비서 서비스 '시리'. [사진=애플]

[뉴시안= 박은정 기자]애플이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Gemini)’를 자사 음성비서 시리(Siri) 고도화에 활용하기 위해 구글에 연 10억 달러(약 1조4455억 원)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구글과의 협력으로 갤럭시 AI 기능을 강화한 데 이어 애플까지 손을 잡으면서,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구글과의 최종 계약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 개편 예정인 시리 시스템에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도입하는 대가로 연간 약 10억 달러를 지불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이번 협력을 통해 자체 AI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급격히 발전하는 AI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했다.

애플이 도입할 제미나이 모델은 약 1조2000억 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한 초거대 언어 모델이다. 현재 애플의 클라우드 기반 모델(1500억 개)이나 온디바이스 모델(30억 개)에 비해 성능 차이가 압도적이다.

구글이 앤트로픽(Anthropic) 등 다른 AI 공급업체를 제치고 애플의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에는 기술력 외에 가격 경쟁력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구글은 이미 구글 검색을 아이폰 기본 엔진으로 유지하기 위한 연 200억 달러 규모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애플은 데이터 보안 문제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을 자사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서버 내에서만 구동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사용자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없으며, 모든 AI 연산은 애플의 폐쇄형 환경에서 이뤄진다.

새롭게 개편될 시리는 구글 제미나이 모델을 활용해 요약, 다단계 작업 계획, 앱 간 연동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일부 기능은 기존의 애플 자체 AI 엔진을 그대로 유지해 역할을 분리하는 형태로 운영될 전망이다.

새 시리는 내년 봄 iOS 26.4 업데이트를 통해 정식 공개될 예정이다. 애플은 해당 기능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브랜드명으로 홍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애플은 이번 계약과 별개로 내부 AI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애플 내부 개발팀은 1조 개 매개변수 규모의 클라우드 기반 AI 모델을 개발 중이며, 오는 2026년 이후에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자사 독자 모델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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