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소비자가 한방진료를 원하고 비용 부담 의사도 충분하지만, 현행 제도적 장벽으로 인해 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첩약 급여 건강보험 2차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향후 도입될 5세대 실손보험에 한방진료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소비자 중심 건강보험·실손 한방진료 보장 방안’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소비자 체감 만족도가 높은 첩약 시범사업 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급여 완전 편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장경태 의원, 국민의힘 배현진·박정훈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소비자정책교육학회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가 주관했다.
# 첩약 2차 시범사업, “효과·만족도 모두 높아”…3개 질환 우선 급여화 제언
첫 발제자로 나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첩약 이용 의사가 81.5%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만족도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며 “특히 요추디스크·안면신경마비·뇌혈관질환 후유증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에 완전 편입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1·2차 시범사업을 통해 효과, 안전성, 비용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민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치료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첩약 건강보험의 단계적 본사업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현재 6개 질환을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시행 중이며, 향후 항암 후 면역치료, 아토피, 당뇨 등으로 확대가 검토되고 있다.
# “5세대 실손보험에 한방진료 포함” 요구 확산
이어 황진주 인하대 교수는 ‘소비자 중심 실손보험 내 한방진료 보장 방안’ 발표에서 “국민 다수가 한방치료 효과를 높게 인식하고 있음에도 실손보험 제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에 따르면, 한방진료가 포함될 경우 실손보험 미가입자 중 66.2%가 신규 가입 의향을, 기존 가입자 중 42.3%가 5세대 실손으로 전환 의향을 보였다.
특히 보험료 인상 시에도 한방 보장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1.5%에 달해, 소비자의 지불 의사가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비급여 항목인 약침(효과 인식 4.97점), 물리치료(4.94), 첩약(4.72)에 대한 보장 수요가 높다”며 “소비자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고령화·만성질환 시대에 맞춘 실손보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한방진료 보장 로드맵 제시…“표준약관 개정까지 단계적 추진”
배순영 한국소비자원 전문위원은 한방진료 보장 확대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5세대 실손보험의 ‘비중증 특약2’에 한방진료 선택권을 부여하고, 고령·만성질환자 맞춤형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실손보험 내 한방 비급여 보장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한방 배제는 소비자 권익 침해”…정치권도 제도 개선 공감
개회사에서 민병덕 의원은 “소비자가 원하고 지불 의사도 있는데, 제도적 장벽으로 한방치료 접근이 차단되는 것은 권익 침해”라며 “국회가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태 의원은 “한방진료는 국민이 오랫동안 신뢰해온 전통의학이지만, 여전히 보장 사각지대에 있다”며 “소비자의 권리와 사회적 형평성 측면에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토론에는 정영훈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이준영 한국소비문화학회 회장,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이지현 한국경제신문 의학전문기자가 참여해, 한방진료의 합리적 보장 방안과 소비자 중심 보험체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