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정부가 추진 중인 법정정년 연장(60→65세) 법안이 여야 정치권과 이해관계자 간 이견으로 과연 올해 내 국회 통과가 될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65세 일괄 연장안’과 경영계가 주장하는 ‘퇴직 후 재고용 확대안’ 사이에서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 관계자는 “정년연장 방안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분분해 유력한 안도 없어 논의가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특위 소속 의원도 “논의를 하다가도 원점으로 돌아간다”며 “특정 안으로 기울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정년을 늘려 2041년 65세 정년을 완성하는 단계적 연장안을 제시했지만,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반발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선택 법안 △자녀 수에 따라 정년을 연장하거나 재고용 의무화하는 법안 등 10여 건 이상의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 65세 정년연장 ‘청년 일자리·기업 부담’ 논란
정년을 일괄 연장할 경우 청년층 일자리 감소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정치권과 기업계에서 제기된다. 이에 경영계는 현행 60세 정년을 유지하고 퇴직자를 계약직 또는 파트타임 형태로 재고용하는 ‘선별재고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재고용 시 별도의 계약 조건을 설정해 기업은 숙련 인력을 활용하고 노동자는 일정 기간 소득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노동계는 임금 감소 불가피성을 문제 삼는다.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65세까지 기업이 고용을 의무화하는 ‘계속고용의무제’를 제안했다. 노동계 요구인 소득 연속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경영계는 정년 상향과 다를 바 없어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학계에서는 5년 단위 1년씩 단계적 정년연장을 통해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경영계는 법정 정년 연장 시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한다. 근로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법제화를 통한 임금 점진적 삭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일본식처럼 기업이 정년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299인 기업의 86.2%가 선별재고용을 가장 바람직한 방식으로 꼽았고, 65세 법정 정년 연장을 선호한 기업은 13.8%에 불과했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인건비 부담 완화를 위해 고용지원금·조세지원 등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치권, 청년 일자리·세대 상생 과제와 연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65세 정년연장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청년 일자리 미스매칭 문제와 플랫폼·비정규직 노동자 대응 등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정년 연장과 재고용을 결합한 입법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청년 고용 문제를 최소화하고 세대 상생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공무직 노동자를 위한 공무직위원회 법 제정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여당에 연내 입법을 촉구하며 “정년 연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철회를 요구하며 정년연장 강행 처리에 대한 중단과 충분한 검토를 촉구했다.
# IMF, 정년연장·연금개혁 병행 권고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정년연장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68세)과 연공서열 중심 임금 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을 병행할 것을 권고했다. IMF는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출 경우 총고용이 14% 증가하고, 2070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이 12%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IMF는 “정년만 연장하고 경직된 임금체계를 유지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며, 노동시장과 연금제도의 종합적 구조조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