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AI가 모든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그 미래를 ‘현재 가치’에 얼마나 반영할 것인가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다시 고개 드는 ‘AI 고평가 논란’의 핵심을 요약한 말이다. 생성형 AI 모델의 빠른 진화와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지만, 실제 수익성과 생산성 효과는 아직 태동기에 머물러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AI 고평가 논란’의 명암을 짚어봤다. /편집자주
# “AI의 잠재력은 진짜… 하지만 숫자는 아직 따라오지 않는다”
AI 산업의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된 배경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다.
우선, 기대 대비 실현 속도 차이다.
기업들은 AI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성과는 산업별로 차이를 보인다. 제조·의료·공공 분야는 규제, 데이터 품질, 보안 문제로 인해 상용화 속도가 더딘 반면, 빅테크 중심의 ‘모델 경쟁’만 과열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AI 하드웨어·인프라 투자 비용 급증이다.
생성형 AI 서비스 하나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GPU·전력·데이터센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정작 완성도 높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투자 대비 수익률(ROI)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이 급속히 치솟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빅테크 중심의 ‘AI 버블’ 우려… “1980년대 일본식 과열” 경고도
특히 시장에서는 AI 반도체·클라우드·모델 개발 기업을 중심으로 “AI 버블” 우려가 나온다.
△AI 반도체 수요 급증 → GPU 공급 병목 → 가격 폭등, △기업들의 경쟁적 투자 → 데이터센터 과잉 우려, △고가의 배포·추론 비용 → 수익성 악화 등 해결책 마련도 만만치 않다.
일부 글로벌 IB는 “현재 AI 산업은 닷컴버블 말기와 유사한 구조적 과민성을 보인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시장에서도 ‘AI 기업의 몸값이 2~3배씩 과대 계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증시의 경우 13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으로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정부 셧다운 종료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하 전망이 약화된 데다, 고평가 논란이 겹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알파벳 등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가 일제히 매도되며 기술주 중심 약세가 심화했다.
# “지금의 고평가는 과거 기준으로는 거품이지만, 산업 전환기에는 합리적”
반면, AI 고평가 논란에 대해 “단기적 숫자보다 장기적 패러다임 전환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강력하다.
AI는 산업혁명급 변화이므로 전통적 밸류 계산법이 적용되기 어렵다. 생산성 개선, 자동화, R&D 효율 향상 등 파급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 현재의 대규모 투자는 ‘기술 인프라 구축’ 단계로서 필연적 비용이라는 주장 등이 그 핵심이다.
특히 금융권 일부에서는 “AI는 전력·철도·인터넷과 유사한 인프라 기술이므로 초기 고평가 구간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 기업들의 현실...“도입은 했지만, 비용 회수는 쉽지 않다”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서는 AI 도입 후 현실적 난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선, AI 사용 비용 증가다. 모델 API 비용·GPU 임대료·엔지니어링 비용 등이 상승하고 있다.
또 보안·데이터 위험도 지적된다. 민감 정보 유출, 모델 오작동 문제도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AI 전략·데이터 거버넌스 담당 인력의 절대적 부족과 효과 검증 어려움도 현실적 문제다. “AI를 도입했지만 생산성 지표 개선은 미미하다”는 기업의 볼멘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모든 부서·모든 업무의 AI화’를 시도하는 기업일수록 비용·효율의 불균형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결국 핵심은 “AI가 만드는 실질적 부가가치”
전문가들은 AI 고평가 논란은 단순한 주가·투자 이슈가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필수적 충돌로 본다.
한동욱(KAIST 출신) 전주대 교수는 “AI가 실제 기업의 생산성·이익 개선으로 연결되는가.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언제, 어떻게 안정화될 것인가가 앞으로 논쟁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한 교수는 “결국, AI가 장기적으로 미칠 경제적 영향은 매우 크지만, 현재의 ‘거품과 가능성 사이의 간극’이 어디까지 좁혀지느냐가 고평가 논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AI는 미래다. 하지만 모든 미래가 ‘지금의 가격’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기술 패러다임이다.
그러나 산업의 변화 속도보다 투자 기대치가 더 빠르게 뛰고 있는 현 상황에서, 냉정한 비용 대비 효익 분석과 지속 가능 모델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의 장밋빛 전망과는 별개로, 실제 기업 현장에서의 ROI·규제·인프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AI 고평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