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연방정부 재가동을 위한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로써 미국 역사상 최장기인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이 종료됐으며 저소득층 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인 스냅(SNAP) 등이 정상화됐다. [워싱턴=AP/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국의 대외군사판매(FMS) 무기 구매 시 적용해오던 비순환비용(NC·Non-Recurring Cost) 면제 조치를 최근 폐지했다.

16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 측에 NC 부과 방침을 통보했다. 같은 내용이 다른 핵심 동맹국들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비용 조정처럼 보이지만, 동맹국 방위 부담을 체계적으로 확대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외교·안보적 의미가 적지 않다.

# 동맹국 ‘특혜’ 철회…트럼프 2기의 일관된 메시지

NC는 미국의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설계·개발 비용을 구매국이 일정 부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5개 핵심 동맹국과 NATO 회원국은 전략적 신뢰를 이유로 면제 대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동맹이 미국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왔고, 이번 NC 면제 폐지 역시 ‘동맹 지원의 비용화’라는 기존 기조를 제도적으로 구현한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무기 판매뿐 아니라 전반적인 한미 방위 협력 구조에서 ‘비용의 재조정’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 한국의 부담 증가…규모는 작지만 ‘전략적 의미’ 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은 미국산 무기 구매 시 개발비 성격의 NC 약 5%를 부담해야 한다. 전체 무기 구매 비용 대비 비중은 크지 않지만, 상징성은 작지 않다.

우선, 한국의 미국산 무기 도입 가격 구조가 공식적으로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이 동맹국에 제공하던 방산 특혜가 점진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확대됐다.

특히 향후 다른 비용 항목(정비·교육·후속 군수지원)에도 ‘비용 회수’ 논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대규모 FMS 계약을 꾸준히 체결해 온 한국 입장에서는 “5%의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와 별개로, 장기적인 재정·전력계획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 한미 방산협력 구조 변화 가능성…한국 방산산업의 기회·위험 공존

국내 방산업계는 미국의 NC 면제 폐지로 인해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예상한다.

우선, 단기적 위험이 도사린다.

△미국산 무기 가격 경쟁력 하락, △국방부의 FMS 의존도 조정 압력 증가, △중장기 방위력개선사업(BFX, 대공·해상전력 등)에서 대안 탐색 필요성이 있다.

장기적 기회로는 △미국산 무기 가격 인상이 한국산 대체 옵션 검토로 연결될 수 있다. △한·미 공동개발 방식 또는 기술 협력 방식으로 전환 가능성, △NATO 국가도 동일 조치를 적용받는 만큼, 한국 방산의 수출 경쟁력 부각 등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특혜 철회’가 한국 방산산업에는 리스크이자 동시에 기회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 향후 변수: 방위비 분담 협상·한미 군사협력 구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고립된 단일 정책이 아니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방위 협력 재정비 패키지’의 일부로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한다.

향후 주목해야 할 지점으로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협상에서 미국이 추가 부담을 요구할 가능성, △FMS 계약 조건 전반(인건비·정비비·후속지원비)에서 ‘비용 회수’ 논리가 강화될지 여부, △한국이 추진해온 첨단무기 공동개발 모델이 미국과의 새로운 협상 카드가 될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대해 ‘안보 제공의 가격’을 체계화하려는 움직임 지속 여부 등이 꼽힌다.

# “5%의 숫자보다 큰 외교 신호”…한국의 대응 전략은?

이번 조치의 경제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동맹국 정책 변화의 ‘신호’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의 방산협력 구조 다변화, △국산 무기 개발 및 자립도 확대 전략 가속화, △NC 부과 확대 가능성 대비한 중기 국방예산 조정, △유럽·이스라엘 등 다른 공급국과의 옵션 재검토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NC 면제를 철폐한 배경에는 동맹국을 향한 비용·책임 분담 메시지가 깔려 있는 만큼, 한국은 단순한 가격 논의를 넘어 정책·협력 구조 전반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