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인공지능이 산업의 경계와 인간의 역할을 다시 그려내는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효율 향상을 넘어 사고의 방식, 조직의 구조, 리더십의 철학까지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AI는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파트너”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단국대 초빙교수이자 전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인 강요식 박사다. 강 교수는 군 리더십 경험, 정책 현장, 문학적 감수성을 모두 갖춘 독특한 이력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는 신간 'AI 뉴리더십' (나이스에듀)을 통해 AI 시대 리더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을 기술이 아닌 협업에서 찾는다. 인간과 AI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확장해가는 ‘협업형 리더십’이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AI와 경쟁하지 말고, 동료로 삼아라”
강 교수의 첫 번째 메시지는 명확하다.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보다 중요한 건, AI와 어떻게 ‘함께 일할지’입니다. AI는 지시하거나 통제하는 대상이 아니라 협업 파트너입니다.”
그가 말하는 AI 리더십의 출발점은 사고방식의 전환이다. 그는 이를 4차 산업혁명 시대 리더의 인식 지형을 바꿔놓을 ‘AI 리더십 5단계 프레임워크’로 구체화했다. 이해(Understanding) → 인간 중심(Human-Centric) → 윤리(Ethics) → 혁신(Innovation) → 협업(Collaboration)의 흐름이다.
많은 리더가 기술 이해에 치중하지만, 강 교수는 “AI 시대의 본질은 인간 중심 가치이며, 윤리와 인간성이 빠진 혁신은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 AGI 시대, 통제형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강 교수는 곧 도래할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기존 리더십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흔들 것이라 전망한다. AI는 단순한 생산성 도구를 넘어 ‘두 번째 지능’, 인간 사고에 가까운 협력자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AGI 시대의 리더는 명령형·통제형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 수 없습니다. AI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라 AI를 동료로 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는 이를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정신으로 설명한다. 흐름을 관망하거나 ‘언젠가 써야지’라며 미루는 순간 기회의 문은 닫힌다는 것이다.
“기다리면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는다”며 그는 지금이 바로 결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 실천 70%… ‘현장에서 통하는 AI 리더십 매뉴얼’
'AI 뉴리더십'은 이론서가 아닌 현장형 실천서를 지향한다.
전체의 70%가 실제 조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도구와 사례로 구성됐다.
△AI 리더십 자가진단표, △AGI 대비 체크리스트, △업종별 적용 사례, △윤리·법적 검토표 등 총 7종의 실무 자료는 기업과 기관이 즉시 적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책은 기술 이해부터 혁신 조직 설계, 글로벌 윤리 기준(EU AI Act, OECD AI 원칙 개정)과 위기관리·회복력까지 총 20장으로 촘촘히 짜여 있다.
# “기술 중심 리더십은 한국의 고질적 문제”
강 교수는 한국 리더십의 가장 큰 한계를 기술 중심 시각에서 찾는다.
“기술, 정책, 윤리, 인재가 따로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AI 시대의 리더십은 이들을 하나로 엮는 통합적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그의 이력은 그런 통합성을 상징한다.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소말리아 평화유지군(PKO) 파병, 이후 시·수필 등단으로 문인 활동, 국회 보좌관·공기업 감사·재단 이사장 등을 거치며 20년 넘게 공직을 경험했다.
“군에서 위기 속 리더십을, 문학에서 인간의 내면을, 공공기관에서 정책의 작동 방식을 배웠습니다. AI 리더십은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 “짧고 명확한 글쓰기… 16권의 책을 만든 힘”
군 장교로서, 국회 정책보좌관,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등 공직자로서 다양한 경력을 지나온 그는 현재 AI 시대의 글쓰기와 리더십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글쓰기 비결을 묻자 그는 ‘압축의 미학’을 이야기했다.
“트위터 140자, 원고지 200자 안에 모든 메시지를 담는 연습을 오래 했습니다. 짧고 명확한 문장이 결국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었죠.”
그는 16권의 책을 집필하며 구성, 제목, 디자인 콘셉트까지 거의 직접 진행한다.
“출판사는 오탈자만 잡아줄 정도”라고 말하며 웃었다.
# SNS 혁명부터 AI 혁명까지… 변화의 순간을 가장 먼저 포착하다
2010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한국에 처음 자리 잡던 시기, 강 교수는 매주 교보문고에서 SNS 관련 책을 다섯 권씩 사 읽었다.
“누가 나를 아느냐가 중요하다”는 강사의 말이 계기가 되어 그는 곧장 '소셜 리더십'을 집필했다.
정치·공공 영역에서 SNS가 리더십을 바꿔놓을 것을 일찌감치 예견한 셈이다.
# “AI는 두 번째 뇌”… 그러나 판단은 인간의 몫
강 교수는 AI를 “두 번째 뇌(dual brain)”라고 정의한다.
“가장 큰 시너지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의 뇌가 협업할 때 나옵니다. 그러나 최종 판단은 인간의 윤리와 책임에서 나옵니다.”
그는 AI 도입 여부가 기업 간 격차를 극적으로 벌리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
“아무 잘못이 없는 기업도 AI 도입이 늦으면 도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AI 기반 유튜브 재도전… “얼굴 없이도 가능한 시대”
한때 3만 명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했던 그는 공직 생활을 이유로 중단했지만, 최근 AI 영상툴을 활용해 얼굴 없이 운영하는 채널을 준비 중이다.
“이제는 사진과 텍스트만으로도 영상이 만들어지는 시대라 새로운 가능성이 많습니다.”
# “AI 시대의 태도? 미루지 말고 바로 써보는 것”
AI 시대의 태도를 묻자 그의 답은 단호했다.
“주저하지 말고 AI를 바로 활용하라.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적이 아니라, 협업하는 동반자다.”
AI를 두려움으로 바라볼지,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지는 결국 리더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강요식 교수가 말하는 ‘AI 뉴리더십’은 기술보다 인간, 경쟁보다 협업, 이론보다 실천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리더의 길을 제시한다.
"당신은 AI를 두려워하는가, 아니면 함께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시 빛을 찾는 여정. 그 여정의 시작점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
# 강요식 교수는 전주해성고, 육군사관학교(41기)를 졸업하고, 부산대 경영학 석사, 경남대 정치학 박사, 글로벌사이버대 AI융합학부를 거쳤다. 현재 단국대 초빙교수이자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AI지능형도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대표 저서로는 ‘소셜리더십’, ‘디지털 혁신리더십’, ‘신마저 버린 땅 소말리아’ 등이 있다. 문학가이자 정책가, 그리고 실무 리더로서 AI 시대의 ‘통합형 사유’를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