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정부가 주택 공급의 속도와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모듈러주택 확대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년간 연평균 36.9%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은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 확대에 따라 향후 시장 규모가 한 단계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모듈러 건축은 2012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공동주택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본격 도입됐다. 이후 LH·SH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발주가 이뤄졌고, 발주 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시장 기반이 확장됐다.
LH는 2020년 ‘OSC 기반 공동주택건설 로드맵’ 발표에 이어 올해 ‘LH 2030 OSC주택 로드맵’을 공개하며 고층화·표준화·핵심기술 선도 전략을 내놨다. 특히 세종 모듈러주택 사업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스마트 기술을 반영한 스마트 턴키 방식으로 추진한다.
경기주택공사(GH)도 2030년까지 누적 1만 개 모듈 공급을 목표로 표준평면 개발, 모듈러 산업 기반 구축 등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며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정부도 지난 9월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서 모듈러주택을 ‘신속공급 모델’의 핵심 축으로 채택했다. 공기를 20~30% 단축할 수 있고, 기상·현장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점을 고려해 2026년 매입임대 모듈러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초기에는 모듈 운반·설치가 용이한 수도권 저층 위주로 시범 도입하고, 매입단가 기준도 별도 마련할 계획이다.
# 특별법 제정으로 제도·인증·인센티브 일원화
정부는 지난 7일 모듈러 산업 활성화를 위한 ‘OSC·모듈러 특별법(가칭)’ 추진도 공식화했다. 법안에는 △설계·감리 등 모듈러 맞춤형 설계 기준 제정 △생산·건축물 인증제도 신설 △현장 중심 규제 완화 △OSC 진흥구역 도입 등 인센티브 강화 내용이 담긴다.
특히 모듈러 공법의 고비용 구조 해소가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현재 시장은 공공 중심의 제한적 발주로 규모의 경제가 형성되지 못해 공사비 부담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정부는 특별법을 통해 불합리한 규제를 정비하고 공사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해 산업 확장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 “모듈러는 신속 공급 넘어 건설산업 체질 개선의 기회”
전문가들은 모듈러 공법이 단순히 빠른 주택공급 수단에 그치지 않고 건설산업 구조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자동화·표준화 기반의 생산체계는 숙련인력 부족과 고령화, 청년층 기피 등 인력 수급 문제에 대응할 수 있고, 공장 생산 비중 확대는 건설폐기물 감소·탄소배출 저감 등 ESG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또한 적합한 발주 방식 도입, 업역 규제 완화, 주요 부품·자재의 규격화가 병행될 경우 모듈러 산업이 공공 중심을 넘어 민간시장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모듈러는 건설산업의 가치사슬을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특별법이 마련되면 산업 전반의 생산성과 품질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특별법 제정과 공공기관 로드맵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모듈러주택은 주택공급 확대는 물론 건설산업 혁신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