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그룹 사옥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 전경. ]사진=호반그룹]
호반그룹 사옥 서초구 우면동 호반파크 전경. ]사진=호반그룹]

[뉴시안= 이태영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 2세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하며 호반건설에 부과한 약 365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대법원에서 취소됐다. 미래 수익을 전제로 기업 간 거래를 ‘부당 지원’으로 단정한 공정위 판단에 법원이 제동을 건 건설업계 최초 사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20일 호반건설이 공정위 제재 취소를 요구하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과징금 608억원 중 364억6000여만원을 취소하라”는 원심 판단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호반건설은 2018년 호반건설주택과의 합병 이후 7년 넘게 따라붙었던 ‘경영권 부당 승계’ 오명을 사실상 털어내게 됐다.

# “전매 당시 이익 불확실… 사후 성과로 부당 지원 판단 못해”

이번 사건의 핵심은 호반건설이 낙찰받은 공공택지를 총수 2세 계열사에 전매한 행위가 ‘부당 이익 제공’인지 여부였다. 공정위는 “사전 가치평가 결과 분양수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돼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 판단은 정반대였다.

대법원은 “공공택지에서 분양매출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이는 사후적 이익에 불과하며, 전매 당시 이익이 현실화될지 여부는 불확실했다”고 판시했다. 향후 발생할 수도 있는 수익을 근거로 전매 행위를 곧바로 ‘지원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박이 확실한 토지를 사전에 넘겼다면 문제 소지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공정거래법은 엄격히 해석돼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시 LH가 공급한 공공택지의 48.3%가 전매됐을 정도로 업계 전반에 걸친 통상 관행이었다는 점, 건설사들이 미분양 위험을 감수해 정부 공급정책에 참여했다는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판결 직후 “그동안 ‘2세 편법 승계’ 의혹이 따라붙었으나 대법원에서 적법한 행위임이 확인됐다”며 “기업 이미지 훼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 “수천만원 지원은 미미”… 무이자 대여 제재도 취소

또 다른 쟁점인 ‘입찰신청금 무이자 대여’ 역시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계열사에 상당액의 입찰보증금을 부담 없이 조달하게 해 공정 거래를 저해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지원액이 820만~4350만원에 불과해 과도한 경제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계열사의 자본금, 순이익, 매출액 등을 보면 해당 금액 수준의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능력이 충분하다”며 공정위 논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PF 지급보증만 제재 유지… “관행 인정 범위 논란 여지”

다만 40개 공공택지 PF 대출에 대한 무상 지급보증은 위법하다는 공정위 판단이 유지됐다. 호반건설은 “시공사가 시행사에 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계열사에 통상적인 수준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본사 손해와 직결되지 않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PF 관행의 ‘업계 통상성’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둘러싼 해석 논쟁이 향후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 대목이다.

# “공정위 해석 과도했다” 지적… 기업 제재 기준 재검토 필요성도

전매 가격은 ‘공급가격 초과 불가’라는 택지개발촉진법령 규제가 존재하는 만큼,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공급가 그대로 계열사에 넘겼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 삼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의 60%가 취소된 데 대해 “애초 공정위가 법 취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며 기업 활동에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대규모 건설사업의 구조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관행 등이 존재해 왔다”며 “업계 차원의 논의를 거쳐 관련 제도 정비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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