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지난 5년 동안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임원 증가율이 직원 증가율의 약 4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금융권의 임원·직원 간 증감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졌고, 여성 임원 증가세는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25일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공시 분석이 가능한 331개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1분기 대비 2025년 반기까지 임직원 변동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 직원 수는 121만 9586명에서 125만 3474명으로 3만 3,888명(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원은 1만 2688명에서 1만 3873명으로 1185명(9.3%) 늘어 직원 증가율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 직원 100명당 임원 비중도 1.04%에서 1.11%로 소폭 상승했다.

# 금융권, “직원은 줄고 임원은 늘고”…격차 가장 커

업종별로는 금융권의 임직원 증감 추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은행권 12개사의 직원은 9만 2889명에서 8만 3907명으로 8982명(-9.7%) 감소했지만, 임원은 오히려 34명(11.6%) 늘어났다.

한국씨티은행은 직원이 무려 56.3% 줄어드는 동안 임원은 17.6% 증가했고, SC제일은행 역시 직원 16.7% 감소, 임원 16.7% 증가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국민은행은 직원이 12.5% 줄었으나 임원은 28.6%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직원 -8.0%, 임원 +42.3%로 격차가 컸다. 다만 신한은행(직원 -10.8%, 임원 -9.7%), 우리은행(직원 -7.3%, 임원 -6.5%)은 직원·임원이 모두 감소했다.

보험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직원은 4만 4,847명에서 4만 2103명으로 2,744명 감소(-6.1%)한 반면 임원은 671명에서 734명으로 9.4% 늘었다. 교보생명은 직원 7.7% 감소, 임원 53.7% 증가로 괴리가 가장 컸고, 롯데손해보험도 직원 -1.8%, 임원 +52.4%를 기록했다.

# 통신·유통·석유화학은 동반 감소…“직원 감소폭이 더 커”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통신·유통·석유화학 업종은 직원과 임원이 모두 감소했으나 직원 감소폭이 훨씬 컸다.

통신 3사의 직원은 3만 9408명에서 3만 608명으로 22.3% 감소했지만 임원은 285명에서 281명으로 소폭(-4명) 줄어드는 데 그쳤다. KT는 5년간 직원이 37.5%나 감소한 반면 임원은 5명만 줄었다. SK텔레콤은 직원이 2.1% 증가하고 임원은 7.3% 감소해 다른 흐름을 보였다.

유통업 16개사의 직원 수는 9만 3038명에서 8만 3655명으로 10.1% 감소한 반면 임원은 2.9% 줄어 감소폭이 작았다. 석유화학 업종도 직원이 13.8% 감소한 데 비해 임원 감소율은 7.0%에 그쳤다.

# 여성 임원 5년 만에 90% 증가…그러나 비중은 여전히 낮아

성별 분석에서는 여성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여성 직원은 5년간 1만 8332명 증가해 5.8% 늘었고, 남성 직원 증가율(1.7%)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여성 임원 증가폭은 압도적이었다. 여성 임원은 585명에서 1114명으로 529명(9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성 임원 증가율은 5.4%에 그쳤다.

다만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중은 26.1%에서 26.8%로 여전히 30%에 못 미치며, 여성 직원 100명당 여성 임원 비율도 0.2%에서 0.3%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중이 4.6%에서 8.1%로 늘어난 것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이사회 성별 다양성을 의무화한 개정 자본시장법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 임원 ‘상대적 확대’ 추세…“조직 슬림화 속 고위직 비중 증가”

업계에서는 저성장기에 일반 직원 채용을 축소하는 반면, 전략·지배구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고위직 확대가 동시에 이뤄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더스인덱스는 “디지털 전환, 규제 대응, 신사업 추진 등 고위경영진 역할이 강화되면서 임원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특히 금융·보험업의 급격한 격차는 구조조정과 조직 재편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여성 임원 증가율은 높지만 절대 비중은 여전히 낮다”며 “이사회 다양성 규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 향후 여성 리더십 확대가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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