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SK그룹이 SK하이닉스의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호조에 힘입어 올해 수출액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법인세·시가총액 증가 등 국가경제 전반에 직접적인 긍정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25일 올해 3분기까지의 전체 수출 실적이 87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3조7000억 원) 대비 약 20% 성장한 규모다. 4분기에도 HBM 수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수출액은 지난해 102조5000억 원을 크게 웃도는 120조 원대 달성이 유력하다.
이는 SK그룹이 2년 연속으로 수출 100조 원을 돌파하는 동시에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기록이 된다.
# SK하이닉스, 그룹 수출의 65% 책임…HBM이 ‘절대적 기여’
SK그룹의 수출 호조는 단연 SK하이닉스의 고성능 메모리(HBM) 수출 증가가 핵심 동력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까지 그룹 전체 수출의 65%인 56조7000억 원을 담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5조2000억 원(54%)에서 비중이 더 커졌다.
특히 HBM4 등 최첨단 제품이 글로벌 AI 산업 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면서 SK하이닉스는 ‘세계 AI 메모리 시장의 필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실적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에도 직접적으로 기여했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가 전체 수출액은 1,850억 달러로 201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이 가운데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466억 달러)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SK하이닉스가 이 흐름을 주도했다.
# 법인세만 4조3천억…45배 ‘폭증’
SK하이닉스의 급격한 실적 회복은 납세에서도 선명히 드러났다.
올해 3분기까지 SK하이닉스가 납부한 법인세는 무려 4조3000억 원, 지난해 같은 기간 940억 원의 약 45배다.
또한 SK하이닉스의 주가 강세로 시가총액은 379조 원(24일 종가 기준)에 달했다. 이는 국내 기업 가운데 두 번째 규모로, 국가 자본시장의 체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 최태원 회장의 구조개선 전략 ‘결정적 전환점’
SK는 이러한 성장세가 최태원 회장이 이끌어온 지속적 구조개선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SK는 최근 10여 년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한계사업 정리 ▲재무구조 강화 ▲적자 사업 턴어라운드 등에 집중해 왔다.
특히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는 SK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빅뱅’이었다. 기존 에너지·통신 중심 사업구조에 반도체·AI·바이오 등 미래산업을 더하면서 성장축을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 투자…연 8000명 채용 확대”
SK 관계자는 “AI·반도체·에너지·바이오 등 미래성장 분야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하며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 그룹의 핵심 목표”라며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 원 투자, 연 8000명 이상 채용 확대 계획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주력 기업’ 수준을 넘어 사실상 경제 활력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올해 SK그룹 전체 수출이 120조 원을 넘어설 경우, 명실상부하게 한국 수출산업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