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미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 등 운송수단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 등 복수의 미 외신들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미 상무부가 수입산 차량ㆍ자동차 부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라는 보도다.

관련법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미국에 수입되는 자동차와 자동차관련 부품들이 자국 안보 및 산업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인정될 경우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최소 500억달러 규모의 알루미늄과 철강 제품 등 중국산 수입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미국 자동차산업 보호 조치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WSJ는 보도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수십 년간 해외로부터 수입이 국내 자동차 산업을 잠식해왔다는 증거가 있다"면서 "상무부는 철저하고 공정하며 투명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로스 상무부 장관에 수입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조치 검토를 지시하면서 "자동차와 관련 부품과 같은 핵심 산업은 우리나라의 힘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3월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관련 고율의 관세부과국에서 한국이 제외됐지만, 만약 한국의 자동차가 고율의 관세부과 리스트에 포함된다면 대미수출에 큰 타격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수입 자동차 관세는 세단 등 일반차량과 픽업트럭의 경우 각각 2.0%와 25%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앞두고 멕시코와 캐나다 등을 상대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압박카드로 이번 조치가 발표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임금 등이 저렴한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들이 미국에 수입되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미국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가 무역관련 정책에서 자국 산업과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강경 노선을 고수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글로벌 자동차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미국 내 자동차를 만들어 수출하라"면서 미시간ㆍ오하이오ㆍ펜실베니아ㆍ사우스캐롤라이나ㆍ노스캐롤라이나 주 등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더 많이 생산할 것을 직접 촉구하기도 했다.

만약 미국 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 완성차업계뿐 아니라 글로벌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계도 향후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7년 연간 미국향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각각 146억 5100만달러와 56억 6600만달러로 우리나라 미국 전체 수출의 21.4%와 8.3%를 차지했다.

한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만약 미국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의 최대 교역국들과 무역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면서 "국내 완성차업계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써 국내보다는 미국 현지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같은 NAFTA 회원국에 투자를 늘리는 경영 노선이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분간 국내 완성차업계는 미 상무부의 검토 결과를 관망할 것을 보인다"면서 "다만 트럼프 정부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압승할 경우 이러한 추세가 더욱 확산돼 국내 자동차설비의 해외이전에 따른 공동화가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루퍼스 예르샤(Rufus Yerxa)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 회장은 "전방위적인 보호무역이 고개를 드는 것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경제가 하강할 때 보호무역 조치를 취했지만 이전에 성공한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호전되고 있는 데도 이런 보호모역 조치를 취한 국가 지도자는 트럼프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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