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세기의 대논쟁…김정은, 과연 先代와 다른가
[현장취재] 세기의 대논쟁…김정은, 과연 先代와 다른가
  •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 승인 2018.06.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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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정부 관료, 국내외 석학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논쟁
-반기문, "한미동맹을 북한과의 협상 수단으로 사용해선 안 돼"
27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아시아의 평화 재정립'을 주제로 세계지도자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총리, 후쿠다 야스호 전 일본 총리.(사진=뉴시스)
27일 제주 서귀포시 국제컨벤션센터 탐라홀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서 '아시아의 평화 재정립'을 주제로 세계지도자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총리, 후쿠다 야스호 전 일본 총리.(사진=뉴시스)

[제주=뉴시안 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지난 6월 26-28일 제주컨벤션센터(ICC)에서 개최된 제 13회 제주포럼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의제를 지배했다. 전·현직 정부 관료부터 국내·외 석학이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다.

27일 오전 제주포럼 개막식에 참석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함께 잉태된 냉전의 산물이 남아있는 한반도에 평화를 구축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강조했다.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을 의식한 듯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1) 경제 발전 위주의 노선을 채택한 김정은 위원장이 선군 정책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2) 상황 변화로 국가 정상들 간 신뢰가 구축. 3) 이전 합의와 달리 CVID-CVIG는 정상 간 합의.

현 대북 제재의 틀에서 남·북 간 협력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는 없지만 기초 자료조사부터 시작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이어진 세계지도자세션에서는 홍석현 중앙일보미디어그룹 회장의 사회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야스오 후쿠다 전 일본 총리,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가 트럼프-김정은 회담과 향후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북한이 수차례 합의문을 위배한 과거를 상기시키면서 실패할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가치에 기반한 한·미 동맹에 물질주의적 접근법을 비판하며 동맹이 북한과의 협상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반 전 총장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한국 속담을 인용하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소련의 해체 당시 총리로 재임한 멀로니 전 총리는 문 대통령의 외교력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북핵 검증에 필요한 실질적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며 앞으로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전망했다.

오후에 재개된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세션에서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문 특보는 CVID가 협상의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단어 자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남·북 협력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한국에 유엔제재를 속이고 북한과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이 ICBM 폐기, 핵시설, 핵물질 신고와 핵무기 재고 감축 등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 미국이 제재 완화를 포함한 국교정상화 카드로 그랜드 바겐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를 인센티브로 활용해 북한의 협력을 이끌어내자는 역발상을 내놓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 위원장을 세 번이나 만난 것은 그만큼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대표는 워싱턴이 북한과의 협상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점차 깨닫고 있다며 내년 중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핵물질, 시설, 재고 등의) 신고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북한의 선제조치를 촉구했다.

시진핑 주석의 계산법은 한·미와 달라 북한의 비핵화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김 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며 문정인 교수와 견해를 달리했다.

현직 관료인 이낙연 국무총리와 임명직이지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정인 특별보좌관의 발언은 정부의 입장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조셉 윤 전 특별대표의 발언도 전직 관료의 발언임을 고려할 때 그 날카로움이 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발언에서 언급되지 않은 몇 가지 가정들을 추출해낼 수 있다.

첫째, 이 총리와 문 특보의 견해와 발언은 김 위원장이 선대와는 다르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선군정책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경제개발을 원하기에 핵을 포기할 것이며 국가 간 정상의 합의이기 때문에 지켜질 것이라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이 총리와 문 특보는 대북 제재가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가정한다. 북한이 대북 제재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했을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대북 제재를 인센티브로 북한의 비핵화를 가속화하자는 문 특보의 발언에서 잘 드러난다.

셋째, 이 총리와 문 특보는 남북 협력이 대북 제재 국면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실질적인 협력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발언들은 가속화되는 남북 협력을 우려하는 국내·외 비판들을 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이지 않지만 저변에 있는 이러한 가정들의 함의는 무엇인가? 현재 외교적 접근법이 가정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가정을 기반으로 분석이 이뤄지고 해결책이 나온다. 그렇기에 가정을 지속적으로 의심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선대와 다르다는 가정은 집권 이후 전례 없는 핵·미사일 실험 기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북한이 그러한 과정에서 대북 제재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가정은 순진해 보인다.

비핵화 과정에 기여하기보다 대북 협력에의 의구심을 불식시키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때로는 더 많은 것을 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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