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SNS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이미지=픽사베이)

[뉴시안 자문위원=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최근 영국 정부가 온라인상의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새로운 SNS 규제안을 발표했다.

지난 4월 7일 영국 정부는 온라인상에서 유해 콘텐츠의 확산을 막지 못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벌금을 부과하거나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치한 플랫폼의 접속을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SNS 규제안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의 이번 SNS 규제안 발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 그리고 젊은이들이 유해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위기감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법적 주의 의무를 부과하는 방법을 통해 어린들과 청소년들을 온라인상의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영국 정부가 발표한 SNS 규제안의 규제 대상은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를 포함해 아동 학대와 테러 행위 등 폭력적인 내용이 담긴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SNS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가짜뉴스를 비롯해 아동학대와 테러행위 등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삭제 조치나 블록처리를 하지 않을 경우, 해당 업체 고위 간부를 구속하거나, 벌금 부과, 또는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 및 스포츠 위원회(DCMS)는 18개월 동안 ‘페이스북’과 관련된 조사를 마치고 108페이지 분량의 ‘페이스북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데미안 콜린스 DCMS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과 다른 허위정보가 확산되고 있어 영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IT 기업에 대한 자율 규제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 보고서는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규제할 독립기관을 설립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뿐만 아니라, 올해 총선을 앞둔 캐나다에서도 SNS를 이용한 선거개입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SNS 규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러시아가 SNS를 활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SNS를 활용한 선거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있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이스라엘에서도 SNS를 통해 유포되는 가짜 뉴스에 대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페이스북이 지난 4월 1일 가짜 정보를 확산했다는 이유로 인도의 주요 정당과 관련된 계정과 홈페이지 700여개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역시 SNS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는 EU회원국 정부가 SNS에서 테러 관련 콘텐츠를 발견해 삭제하도록 요청할 경우 SNS 플랫폼 사업자는 삭제요청 통보를 받은 후 1시간 이내에 테러 관련 콘텐츠를 삭제하도록 의무화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만약 SNS 플랫폼 사업자가 EU의 삭제 요청을 어길 경우, 연매출의 최대 4%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또 호주 의회는 지난 4월 4일 SNS 플랫폼 사업자가 폭력적 콘텐츠 차단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에 연매출의 최고 10%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거나 CEO를 최고 징역 3년에 처하도록 하는 규제 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과 프랑스는 SNS 규제 강화 방안을 이미 시행 중에 있다.

이처럼 유럽 각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가짜뉴스와 불법 유해 콘텐츠 유포를 방치하고 있는 SNS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 사회도 가짜뉴스와 불법 유해 콘텐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SNS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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