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 임성원 기자]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이 드디어 25일 시작됐다. 금융권에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만큼 혼란이 예상됐으나, 규제당국과 금융권 등이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추진력을 높여 체계적으로 준비해 가는 듯 보인다. 

금소법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된 법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은행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앞 다퉈 대출 회수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보유 자산 매각이 급증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결국 자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들이 파산에 직면한 사태였다.

이후 2011년에 처음으로 금소법 관련 제정안이 발의된 이후, 9년 만에 국회의 높은 문턱을 넘었다. 금융 업계에선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 펀드(DLS·DLF)와 라임 펀드 등 대규모 환매중단을 일으킨 사모펀드 사태가 벌어지면서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던 게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도입되는 금소법의 핵심은 금융사의 판매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소비자의 권리 강화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이에 판매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 금지 ▲부당권유 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 6대 판매원칙을 확대해 적용했다. 중점 사항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청약철회·위법계약해지·자료열람요구권 보장, 분쟁조정 절차 실효성 확보, 징벌적 과징금 도입,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등이다.

해당 법안을 위해 규제당국과 금융사들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점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다소 분주한 모습을 보인 금융권의 모습에 혼란을 야기 시킨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금융당국은 일주일 전에 금소법 감독규정과 시행령을 발표했고, 시행세칙은 하루 전에서야 완성했다.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은행들도 인공지능(AI)과 키오스크 등 비대면 서비스 위주로 전산 시스템과 영업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금소법 시행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점검해 예정대로 선보인 곳도 있었지만, 금융사들이 대체로 한시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함에 따라 업계에선 준비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소법 시행 이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를 완벽하게 보호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에서 금소법을 시행하는 게 적절하다"라고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증권업계에서도 금소법 시행으로 금융 규제 체계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키움증권의 서영수 은행·카드 연구원과 유근탁 증권 연구원은 "규제의 권한과 우선순위가 금융소비자보호로 전환돼 사실상 모든 금융 상품이 판매자뿐만 아니라 모집인, 중개인, 금융 플랫폼 회사에까지 소비자 보호 책임을 부여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 도입 이후 소비자보호 마련을 위해 금융사의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가격 전가가 어려울 경우 서비스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소비자보호 마련을 위한 장치 강화로 서비스 불편 초래와 함께 금융 혁신이 퇴보 될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취합해 모호한 법령해석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질의·답변 업데이트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은경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근 금융권과 함께 비대면 간담회를 통해 금소법 시행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해왔다"면서 "앞으로 '상생·협력·신뢰'를 주요 키워드로 생각하고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함께 연착륙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조금의 혼란은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된 금융사뿐만 아니라, 규제당국 역시 이제 새로운 법에 맞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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