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 (사진=대한체육회 제공/뉴시스)
9일 대한민국 도쿄올림픽 선수단이 귀국에 앞서 일본 도쿄올림픽선수촌 숙소동 앞 광장에서 해단식을 개최했다. (사진=대한체육회 제공/뉴시스)

2020 도쿄올림픽은 추락하는 한국엘리트(전문)체육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메달 순위가 10위권에서 16위로 밀려 37년 전 1984년 LA 올림픽 이전의 상황으로 후퇴했고, 일본과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2016년 10월부터 대한체육회의 살림을 도맡은 이기흥 체제가 출범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표팀 전력 강화를 소홀히 한 결과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선수선발에도 문제가 있었다. 축구대표팀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골잡이 손흥민(29·토트넘)이 뽑히지 않았고 야구대표팀도 ‘괴물타자’ 추신수(39·SSG랜더스)가 빠졌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올림픽에서 메달 색깔에 매달리지 말고 즐기기만 하라”고 말하지만 국가대표팀의 경기 결과가 국민 사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훈련 시스템의 변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대한체육회와 축구 야구 등 68개 경기단체에 국고지원 등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포츠외교에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8일 코로나 19의 감염 위험속에서도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2020 도쿄올림픽을 한국대표팀 경기력을 중심으로 결산해본다. 

양궁이 ‘금’4 로 체면…‘집안싸움’투기종목은 전멸 

대한체육회는 지난 7월 8일 도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에서 금 7, 은 11, 동메달 14개로 메달 종합순위 10위 달성을 다짐했었다. 우선 개최지 일본이 지리적으로 한국과 가깝고 시차가 전혀 없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시차가 1시간이었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한국은 금 13, 은 10, 동메달 9개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땄었다. 게다가 코로나 19의 감염 여파로 일부 스포츠 강국의 메달 유망주들이 대회에 불참, 상대적으로 한국의 메달 확보가 유리할 수도 있었다.

한국은 1984년 올림픽부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2000년 시드니올림픽(종합순위 12위)만 빼고 1988년 서울올림픽 4위, 2012년 런던올림픽 5위 등 매번 메달 순위 10위안에 들어 이 같은 전망이 더욱 긍정적이었다.

[인천공항=뉴시스] 배훈식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메달 획득에 실패한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1.08.08. dahora83@newsis.com
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축구 야구 등 33개 종목 339개 세부종목에 선수 237명, 경기임원 88명 본부임원 34명 등 29개 종목 359명의 선수단이 참가한 한국 선수단은 금 6, 은 4, 동메달 10개, 메달 순위 16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한국은 양궁이 5년 전 리우올림픽에 이어 4개의 금메달을 땄고, 체조와 펜싱이 1개씩의 금메달을 추가해 체면을 세웠을 뿐 나머지 종목은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종주국을 자부했던 태권도는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래 처음으로 ‘노골드’에 그쳐 유도 종주국 일본이 남녀 14체급에서 9개의 금메달을 휩쓴 것과 대조를 이루었다. 유도와 레슬링도 2016년 리우올림픽에 이어 연속 ‘노골드’의 수모를 당했고, 복싱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넘게 메달을 따지 못하는 '노메달'을 기록하는 등 투기종목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들 투기종목은 집행부 구성과 관련, 법정소송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선수선발이나 훈련과정도 특정 학맥이나 인맥 위주로 흘러 말썽이 잇달았다. 투기종목은 아니지만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했던 축구의 경우 ‘축구 황제’ 펠레의 ‘역대 월드 베스트11’에 선발된 손홍민을 뽑지 않았고 대회 2연패를 겨냥했던 야구도 ‘타격의 달인’ 추신수를 외면했다. 아울러 효자종목이었던 사격과 대회 2연패를 노렸던 여자골프 또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 국민들의 실망을 샀다.

무능한 대한체육회,“파리올림픽은 나아질 것”

대한체육회 훈련을 총괄하고있는 신치용 진천선수촌장은 부진의 이유에 대해 “한국 엘리트체육이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하향곡선을 그려왔는데 2024년 파리올림픽부터는 되살아날 것이다”고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또 2016년 대한체육회에 흡수통합된 생활체육협회의 비전문가들이 훈련부서를 지휘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약 5년 전 제39대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이기흥회장은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당선에 이어 지난 1월 제40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재선되는 등 대표팀 전력 강화보다는 ‘감투’에만 연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회장은 제39대 회장시절부터 대한체육회 공채출신은 외면하고 3회 연속 행정고시 출신을 2년 임기의 사무총장으로 기용하고있어 내부 불만을 사고 있다.

인천공항=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2020 제32회 도쿄 올림픽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202
지난 달 19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도쿄 올림픽 출사표를 밝히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사진=뉴시스)

2032년 올림픽은 호주에…ANOC총회는 그리스에 뺏겨

대한체육회의 ‘무능행정’은 스포츠외교에서도 드러나 이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IOC 총회에서 확정된 2032년 하계올림픽 개최지 결정투표에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9월 평양에서 북한 김정은과 공동발표한 2032년 올림픽 남북한 공동유치 제안이 존 코츠 호주 IOC위원의 책략에 말려들어 묵살됐고 2032년 올림픽 개최지가 이번 IOC총회에서 호주 브리즈번으로 확정됐다. 또 오는 10월23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기로 한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회(ANOC) 제25차 총회를 그리스 아테네로 빼앗겼다. ANOC은 지난 7월 28일 도쿄올림픽 대회 기간 중 열린 총회에서 서울 총회를 취소하고 아테네로 확정한 것.  ‘스포츠 UN 총회’로 불리는 ANOC 총회는 지구촌 206개 국가올림픽 위원회 대표와 IOC, 축구 야구 등 국제경기연맹 대표 등 1천여 명이 참석, 스포츠 현안을 논의하는 모임으로 대한체육회의 행사준비 사무국은 80억 원의 국고지원을 받아 대관, 숙박 예약 등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물거품이 됐다. 이밖에 도쿄올림픽조직위의 성화봉송로 독도 표기와 올림픽 선수촌 한국 숙소의 ‘이순신 현수막’철거 소동 등 현안 대처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과의 메달 격차는 갈수록 크게 벌어져  

한편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 13, 은 9, 동메달 8개로 메달 순위 5위에 올라 11위에 그친 일본(금 7, 은 14, 동 17)을 앞섰으나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8위(금 9, 은 3, 동 9)로, 6위의 일본(금 12, 은 8, 동 21)에 뒤졌으며 이번 올림픽에서는 3위에 오른 일본(금 27, 은 14, 동 17)과 격차가 더 크게 벌어졌다. 일본이 개최국인 점을 감안해도 한국대표팀의 전력이 기대 이하였다는 평가다. 일본은 LA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야마시타 야스히로(64) IOC 위원이 대표팀 전력 강화에 앞장서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 수 75대 49로 한국을 크게 앞서며 종합 2위를 했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