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송서영 기자]“상품은 같아도 결과는 다릅니다. 차이는 결국 프로세스에서 나옵니다.”
송민석 포항공과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프로세스 마이닝을 단순한 데이터 분석 기술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도구라고 강조한다.
프로세스 마이닝이란 정보시스템에 기록된 실제 데이터에서 업무 흐름을 추출·분석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개선 방안을 도출하는 기술로 은행의 상담 절차, 병원의 진료 과정, 제조업의 생산 라인까지 모든 과정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운영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송 교수는 한국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을 개척한 1세대 학자다. 포항공대 시절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의 창시자인 윌 반 더 알스트(Wil van der Aalst) 교수와 함께 초창기 연구를 진행했고, 송 교수가 제안한 조직마이닝, 자취군집화, 시뮬레이션 자동생성 같은 연구는 프로세스 마이닝 분야 발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귀국 후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포항공대에서 연구를 이어왔으며, 2016년에는 국내 유일 프로세스 마이닝 전문기업 퍼즐데이터를 창업해 학문과 산업 현장을 연결해왔다. 또한 그는 아시아 최초로 프로세스 마이닝 분야의 국제 학술 협력 기구인 IEEE Task Force on Process Mining에 운영위원으로 선임되었다.
송 교수는 지난 10년간 학계의 변화를 “데이터는 있었지만 프로세스 관점의 분석 방법이 부족했던 시절에서, 인공지능과 결합해 데이터 활용 가능성이 폭발적으로 넓어진 시대로 넘어왔다”고 설명한다.
특히 알파고 이후의 AI 발전은 전환점이었다. 그는 “프로세스 마이닝 연구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접목하느냐였다”며 “그 결과 응용 분야가 금융, 제조, 의료, 물류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고 말한다.
산업별로는 의료와 금융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의 효과가 크다. 제조업은 이미 표준화된 프로세스 관리 역량이 높지만, 의료와 금융은 사람 중심의 비정형 프로세스가 많아 데이터 기반 분석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한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를 “경쟁력 강화”라고 말한다. “같은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내부 프로세스에 따라 성과는 달라진다”며 “고객 상담 시점, 메시지 전달 시기, 전화를 거는 시간까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화하면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는 곧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최근 가장 주목하는 흐름은 AI와의 결합이다. 예전에는 툴을 통해 복잡한 분석을 했지만, 이제는 챗GPT 같은 대화형 도구를 통해 프로세스 개선 아이디어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향후 5년간 가장 큰 변화를 자동화와 관리 방식 혁신으로 전망한다. 그는 “프로세스 마이닝은 본질적으로 관리 툴이다”며 “AI와 결합되면 중간관리자의 역할 일부가 대체될 수 있으며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연구가 산업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며 “삼성물산과 5년, 분당서울대병원과 10년 이상 협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업공학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학문”이라며, 데이터를 넘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메인 이해와 신뢰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송민석 교수의 일문일답.
Q. 교수님께서는 프로세스 마이닝을 한국에 소개하고 연구를 주도해 오셨습니다. 처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신 계기는 무엇입니까?
A. 공공기관이나 병원, 제조업 등에서는 프로세스 개선이 늘 중요한 과제였다. 과거에는 컨설팅 회사들이 인터뷰 등 정량적 근거가 부족한 방식으로 개선점을 찾았지만,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프로세스를 뽑아내고 개선할 수 있게 됐다.
학부 시절에도 이미 많은 정보 시스템들이 사용되고 있었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매우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프로세스 마이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포항공대 재학 시절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대에서 세계적인 석학 윌 반 더 알스트 교수와 프로세스 마이닝 연구를 시작했고, 한국인 최초 제자로서 초기 연구를 함께했다. 이후 귀국해 연구를 이어갔고, 2016년에는 국내 유일 프로세스 마이닝 전문기업인 퍼즐데이터를 창업했다.
Q. 지난 10년간 프로세스 마이닝 연구는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A. 예전에는 데이터가 있어도 프로세스 관점에서 어떻게 분석할지 몰랐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가치와 분석 방법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알파고 이후 AI와 프로세스 마이닝을 어떻게 접목할지가 주요한 연구 과제가 됐고, 적용 분야도 금융, 제조, 의료, 물류 등으로 확장됐다. 독일의 셀로니스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Q. 산업별로 프로세스 마이닝이 특히 효과적인 분야는 어디일까요?
A. 제조업은 이미 프로세스 관리 역량이 높다. 반면 금융과 의료는 본업이 다르기 때문에 내부 프로세스 관리가 약한 편이고, 비정형적인 절차가 많다.
이런 곳일수록 데이터 기반 프로세스 마이닝이 효과적이다. 특히 의료 분야는 치료 과정을 표준화하고 병원 운영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Q. AI와 프로세스 마이닝의 결합은 어떤 가능성을 열고 있습니까?
A. 과거에는 복잡한 툴을 사용해야 했지만, 이제는 챗GPT 같은 대화형 AI에게 직접 “현재 프로세스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느냐”고 묻고 답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컨설팅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향후에는 자동화가 더 진행돼 중간관리자의 역할 일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고도화된 서비스를 누리는 시대가 올 것이다.
Q. 한국 기업들이 프로세스 마이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무엇입니까?
A. 결국은 경쟁력이다. 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내부 프로세스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고객 상담 시점, 메시지 전달 방식, 전화를 거는 시간대까지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화하면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런 세밀한 프로세스 개선이 곧 경쟁력이 된다.
Q. 연구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A. 무엇보다 신뢰다. 삼성물산과는 5년, 분당서울대병원과는 10년 이상 협력해왔다. 현장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연구도 산업에 뿌리내릴 수 있다. 산업공학은 결국 커뮤니케이션의 학문이다.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데이터를 통해 풀어가는 과정에서 도메인 지식과 신뢰가 핵심이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편집인(경영학 박사)
정리ㆍ사진 = 송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