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팩트시트)을 직접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29일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16일 만에 공개됐다.
# 핵추진 잠수함·원자력 협정, 수십 년 숙원 실현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수십년 숙원이자 한반도 안정을 위한 전략 자산인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회담 직후 “한국은 핵잠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 환경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고 동북아 억제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한다.
# 미국도 공식 발표...한국 핵잠 시대 개막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이날(13일, 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팩트시트에서 “한국과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절차를 지지한다”고 명시했다.
이로써 한국은 전략적 자율성을 높이는 핵심 군사·산업 역량을 공식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핵잠 추진이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한반도 안보 균형과 억제력 강화, 첨단 조선·원자력 산업 발전에도 직결된다고 평가한다.
# 한·미 관세협상 타결, 경제 부담 완화
합의문에는 오랜 쟁점이었던 한·미 관세협상 최종 타결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우리 경제와 안보의 최대 변수였던 한미 관세협상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무역 합의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15%로 낮추고, 한국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이 조선 분야에 1500억달러, 전략적 투자 2000억달러를 하는 대가로 미국이 자동차와 차 부품, 목재 등에 부과한 품목별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한 것이다. 의약품에 부과하는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기로 했고, 대미(對美)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향후 체결될 수 있는 협정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번 합의로 국내 기업의 부담 완화와 수출 환경 안정화가 기대된다. 경제·기술 협력 기반 강화와 함께 산업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 주한미군·확장억제 확인, 전작권 환수 추진
안보 분야에서는 주한미군 주둔 유지와 확장억제 공약 확인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국방력 강화와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다”며 미국 측의 지지를 강조했다.
이번 합의로 한·미 동맹은 단순 군사 협력 수준을 넘어 안보·경제·첨단기술을 포괄하는 미래형 전략동맹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임기내 전작권 전환 의지와 맞물려 관련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 합의 과정의 난항과 전략적 의미
팩트시트 작성이 늦어진 배경에는 세부 문안에서의 한·미 간 이견이 있었다.
이 대통령은 “우라늄 농축이나 핵 재처리 문제에서 미국 내 조정 과정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내부 정치적 압박과 외교적 힘의 균형 사이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한 고심도 토로했다. 이는 이번 합의가 단순 외교적 선언이 아닌, 치밀한 전략·안보 검토와 협상 끝에 나온 결과임을 보여준다.
# 평가와 전망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합의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과 안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핵잠 추진과 관련해 전략적 억제력 강화 및 한반도 안보 주도권 확보, 원자력 협정과 관련해서는 우라늄 농축 및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관세협상 타결과 관련해서는 기업 부담 완화 및 수출 안정화, 주한미군·확장억제 확인으로 전작권 환수와 방위 주도권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다만 실제 건조, 원자력 협정 이행, 전작권 환수 등은 기술적·외교적 난제가 남아 있어 지속적 관리와 국제사회 협력, 내부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 동맹은 안보·경제·기술 전방위에서 전략적 포괄동맹으로 진화하며, 양국이 윈윈하는 ‘한·미 동맹 르네상스’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