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한미 양국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공식 서명했다. 자동차·부품·목재 등 주요 품목의 관세를 15%로 인하하고, 향후 부과가 예고된 의약품 관세도 최대 15%로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도체 분야는 대만과 동등한 조건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합의한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 및 전략적 투자 MOU’의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 큰 틀의 관세협상에 합의한 이후 3개월 만에 투자 규모, 인하 품목, 시점 등을 최종 확정했다.

# 총 3500억달러 투자…2000억달러 전략투자 + 1500억달러 조선협력 투자

이번 MOU는 2000억달러의 전략적 투자와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투자사업은 미국 대통령이 투자위원회(위원장: 미 상무장관)의 추천을 받아 선정하고, 투자위원회는 사전에 한국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인 협의위원회와 협의해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사업만 추천할 수 있다.

‘상업적 합리성’은 원리금 회수가 보장될 수 있는 사업을 의미한다. 협의위원회는 양국의 전략적·법적 고려사항을 사전에 제시한다.

투자 대상 분야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AI·양자컴퓨팅 등 국가안보·경제안보 핵심 영역으로 한정된다. 사업 선정은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종료되는 2029년 1월까지 진행된다.

# 자금 납입·수익 배분 구조 확정

투자 자금은 미국 측의 투자처 선정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 45영업일 경과 후 납입된다. 한국이 납입 요청을 지연할 경우 미국은 미납액이 해소될 때까지 한국이 받게 될 이자 상당액을 대신 수취할 수 있으며, 관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명시됐다.

2000억달러 투자금은 외환시장 부담을 고려해 연간 200억달러 한도로 집행하며, 사업 진척도(milestone)에 따른 요청 방식으로 납입된다. 외환시장 불안 시 납입 시기·규모 조정도 가능하다.

수익 배분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국·미국이 5대5로 나누고, 원리금 상환 이후에는 1대9로 미국 측 비중이 확대된다. 20년 내 원리금 회수가 어렵다면 비율 재조정도 허용된다.

반면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투자는 모든 수익이 한국 기업에 귀속되는 구조로 설계됐다. 한국 정부는 조선 분야 민간투자·보증·선박금융 등을 지원하고, 미국은 연방 토지 임대, 전력·용수 공급, 구매계약 주선, 규제 절차 신속화 등을 담당한다.

# 관세 인하·면제 범위 확대…자동차·부품은 소급 적용

MOU 체결과 함께 미국은 한국 정부가 요구해온 관세 인하 내용을 공동설명자료에 명시하고 시행하기로 했다.

자동차·부품은 15% 관세 인하.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달의 1일자로 소급 적용된다.

목재·항공기·부품은 MOU 서명일 즉시 상호관세 15% 적용 또는 면제된다.

의약품(향후 부과 예정)은 최대 15% 관세, 반도체는 대만과 동등한 조건 확보,  제네릭 의약품·일부 천연자원 등 전략품목은 상호 관세 면제, 철강·알루미늄·구리(항공기 부품용)는 관세가 면제된다.

미국은 지난 8월 7일부터 이미 상호 관세 15% 인하를 시행하고 있으며, 최혜국대우(MFN) 관세가 15%를 초과하더라도 한미 FTA 기준 충족 시 15%만 부과하기로 했다.

# 특별법 제정·전담기금 설립…“외환시장 충격 최소화”

한국 정부는 대미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및 전략투자 전용 특별기금 설립 방침도 밝혔다. 기금은 직접 외화를 조달하되, 외환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외화자산 운용수익 활용, 외화채권 발행 등 방식이 우선 검토된다.

# 정부 “대미 수출·경제 불확실성 완화…국익 극대화”

정부는 이번 합의가 ▲대미 수출환경 개선 ▲원금 회수 가능성 강화 ▲외환시장 부담 경감 ▲한국 기업의 대미 진출 기반 확대 등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관세 협상에 함께해온 관계부처와 한국은행에도 감사한다”며 “3,500억달러가 국익에 부합하게 쓰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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