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철강·조선·디스플레이·화학 등 전통 제조업 전반을 흔드는 중국발 공급망 재편의 충격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업종의 기업경쟁력이 2030년에는 전 부문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반도체·배터리·철강·조선·디스플레이·화학 등 전통 제조업 전반을 흔드는 중국발 공급망 재편의 충격이 우려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 결과, 우리나라 10대 수출 주력업종의 기업경쟁력이 2030년에는 전 부문에서 중국에 뒤처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 한국의 10대 주력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는 수준을 넘어,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대체 가능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통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의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과 수익성을 흔들고 있다. 중국발 공급망 재편의 충격을 짚고, 2030년까지 한국 산업의 생존 전략이 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한국경제인협회가 17일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결과, 국내 기업들은 2025년 기준 최대 수출 경쟁국으로 중국을 62.5%가 지목했으며, 2030년에는 68.5%로 늘어날 전망이다. 협회 측은 “국내 기업들은 이미 기업경쟁력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으며, 향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대응 전략 마련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 글로벌 점유율 지도, 빨간불 켜졌다

한국 산업연구원과 KOTRA 자료를 보면, 10대 주력 산업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정체 또는 하락세다.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지만, 중국의 낸드·D램 국산화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기업 의존도가 떨어지고 있다. 배터리 부문은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CATL·BYD 등 중국 기업이 가격·물량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했다. 디스플레이는 LCD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했고, OLED 시장도 추격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철강·석유화학 부문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한국의 전통 제조업이 고급 기술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전략만으로는 중국의 생산 규모와 가격 압박을 완전히 방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영업이익률·수익 구조도 위태롭다

한국 기업들은 고급 기술과 고부가가치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영업이익률은 축소됐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기업은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 중간재·소재 분야, 특히 화학과 철강은 중국 의존도가 높아 ‘대체 위험’이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완성품 산업에서는 전기차 부품, 조선 기자재 등에서 중국의 진입으로 글로벌 점유율이 흔들리고 있다.

# 산업별 ‘위험 신호등’

한국 주요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방어할 수 있는 범위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30년을 전후로 중국 기업과의 경쟁이 모든 분야에서 강화될 전망이다.

산업별로 보면, 반도체는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중저가 메모리와 특수 소재 시장에서는 중국 기업이 대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LFP(리튬인산철)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시장에서 중국의 우위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한경협]
[그래픽=한경협]

디스플레이시장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LCD는 이미 중국이 독식한 상태이며, OLED와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철강·석유화학산업은 저가 물량과 생산량 경쟁으로 수익성 압박이 지속될 전망이다. 조선분야 역시 선박 기자재와 친환경 선박 부품에서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중국은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방어만으로는 추격 단계에서 ‘대체 위험’ 단계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OTRA 관계자도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은 여전히 높지만, 중국의 저가 전략과 내수 중심 성장으로 공급망 내 입지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산업의 지속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 기술 투자와 글로벌 전략 재편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술력·브랜드·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전략과 전략적 해외 생산·공급망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