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한국의 10대 주력 산업이 중국의 추격을 받는 수준을 넘어, 이미 일부 분야에서는 ‘대체 가능성’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 배터리, 철강, 조선, 디스플레이, 화학 등 전통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 기업의 생산력과 가격 경쟁력이 한국 기업의 글로벌 점유율과 수익성을 흔들고 있다. 중국발 공급망 재편의 충격을 짚고, 2030년까지 한국 산업의 생존 전략이 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는 단순한 기술 경쟁에서 끝나지 않는다. 중국이 내수와 수출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공급망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배터리, 조선, 철강 등 주요 업종에서 중국 기업은 한국 기업이 담당하던 중간재·부품 시장까지 빠르게 장악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대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중국, 공급망 자립화 속도전
중국 산업계가 ‘전 과정 국산화’를 목표로 내수와 수출 시장을 동시에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이 수년간 점유해 온 중간재·소재 시장이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순 추격이 아닌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을 밀어낼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등 핵심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율이 급등했다. 배터리 산업에서는 CATL, BYD 등 주요 기업이 원재료부터 배터리 셀과 모듈까지 자급 체계를 갖췄다.
조선·철강 분야 역시 국내 중간재와 부품 영역까지 빠르게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산업에서는 OLED 장비와 소재 공급망의 국산화를 통해 중국 내 독립적 생산 체계를 확보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은 단순한 기술 추격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재편하며 한국 기업을 밀어낼 준비를 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핵심 기술과 차세대 소재 확보 등 대응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기술과 가격, ‘이중 압박’
중국 기업들이 단순한 생산 규모 확대를 넘어 기술과 가격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산업 전문가들은 단순한 고급화·차별화 전략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격 경쟁 측면에서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LFP), 태양광 모듈, 저가 전자제품 등에서 한국 제품 대비 20~30% 저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술 격차 해소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AI·로봇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적용 등으로 품질을 높이며, 기존 한국 제품과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또한 글로벌 확산 전략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현지화 생산을 진행, 한국 기업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단순한 가격 인상이나 차별화 전략만으로는 중국 기업의 공세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산업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가격 이중 공세는 장기적 전략 차원에서 한국 기업의 영업 및 공급망 전략 전반을 재검토하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위상 변화
중국 기업의 현지화 전략과 기술·가격 경쟁이 글로벌 시장 구조를 재편하면서 한국 기업의 공급망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EU에서는 중국 기업의 현지 생산 확대가 한국 제품 점유율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동남아·중동·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는 저가·고기술 제품으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중간재와 부품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 의존도가 높음에도 중국 기업의 대체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은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으로 방어해야 하지만, 시장 구조 자체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응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일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더라도 전체 공급망에서 중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대체 위험’은 현실화된다”고 지적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갖춘 글로벌 공급망 전략으로 한국 기업의 역할을 점차 축소시키고 있다”며, “단순한 추격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추격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제조업의 생존 전략은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2030년까지 각 산업별 경쟁력을 유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가격·공급망 전략의 전면 재편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