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통화정책 불확실성, 엔화 약세, 달러 유동성 경색 등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할 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환율 방어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관세·통화정책 불확실성, 엔화 약세, 달러 유동성 경색 등이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근접할 만큼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환율 방어력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송서영 기자]국내 외환시장이 연말을 앞두고 다시 한 번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1월 들어 1460원을 넘어서며 금융시장 전반의 긴장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리스크와 통화정책 불확실성, 엔화 약세, 달러 단기 유동성 경색,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원화는 주요국 통화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국이 구두 개입으로 환율이 한번 진정되긴 했으나 연말까지 ‘환율 방어력’ 압박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 미국 관세·통상 리스크 재부상…한국 환율에 ‘직격탄’

원·달러 환율의 주요 원인을 보면, 먼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다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월에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기본 협상에 합의하며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듯했으나, 대미 투자 방식이 10월 말에야 확정되면서 원화 약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10월 기준 외환보유액이 4288억 달러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환율 수준과 연 2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이 겹치면서 외환건전성 우려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고용·물가 지표가 엇갈려 발표되면서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 점도 환율 상승을 부추긴다.

연준은 10월 금리를 인하했지만, 파월 의장이 “12월 추가 인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 달러 단기 유동성 경색…달러 사재기 심리 자극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표면적으로 미국의 유동성은 코로나 이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달러는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언제든 달러 조달이 막힐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확산되며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하루짜리 달러 대출 금리인 레포금리(SOFR)가 기준금리 상단에서 형성되거나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현상은 단기 달러 공급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 연준의 역레포 잔액도 11월 초 기준 49억 달러까지 감소해 단기 유동성 완충 장치가 사실상 거의 소진된 상태다.

# 원화·엔화의 ‘동조화’ 심화…일본발 약세 충격 고스란히 반영

이전까지 위안화와 더 밀접하게 움직였던 원화가 올해 하반기 들어 엔화와 동조화되는 흐름을 보이는 점도 위험 신호다.

일본의 확장적 재정정책,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보류로 엔화가 빠르게 약세로 흐르자 원화도 함께 밀리는 구조다. 2025년 하반기 원화–엔화의 상관계수는 0.94다. 원화–위안화의 상관계수 -0.58 보다 월등히 높다. 

# 위험자산 피로감…달러로 몰리는 ‘안전자산 회귀’

안전자산 내 선호 변화가 최근 달러화의 추가적인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요인이다. 올해 글로벌 자산시장은 금, 주식, 비트코인 등 글로벌 자산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이례적인 ‘에브리띵 랠리’를 경험했다. 

그러나 최근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표 안전자산인 금은 이미 고점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과정에서도 원화 매도·달러 매수 흐름이 발생하며 환율 상승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 복합 리스크 관리하는 ‘환율 방어력’이 관건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외 환경 변화에 대한 선제적 점검과 국내 금융시스템 안정성 강화가 시급하다”며 “미국뿐 아니라 일본·중국 등과의 경제적 연계성이 높은 만큼, 주변국의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국내 금융·자산시장의 불안 요인도 신속히 관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연고점을 반복 경신하며 자금이 특정 자산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 같은 변동성은 개인 투자자를 포함한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 부문의 안정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원은 대외수지가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도록 관리해 환율 불안의 가능성을 줄이고, 단기에 규모가 큰 외환거래가 반복되지 않도록 조정해 환율 급등락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트럼프 관세정책과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상품수지 축소, 관광수지를 포함한 서비스수지 악화 등 대외 리스크를 상쇄할 대책이 요구된다고 평가했다.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것 역시 외환·금융시장의 급변 가능성을 낮추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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