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국제통화기금(IMF)이 내년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소비쿠폰 등 확장적 재정정책이 경기 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는 분명하지만, 단기간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면서 국가채무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불어나는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25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5년 IMF 연례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한국 경제가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들어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9월 0.9%로 상향됐고, 내년 전망치도 1.8%로 유지됐다. OECD 역시 올해 1.0%, 내년 2.2%의 성장률을 제시하며 주요국 대비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예상했다.
IMF는 “완화적 통화·재정정책과 선거 이후 개선된 소비심리가 민간소비 회복을 뒷받침했다”며 “추경 등 정책 효과가 내년 본격 반영되면 경기 회복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정부는 7월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전국민 소비쿠폰 지급, 인구감소지역 지원, AI·기후대응 등 신산업 투자 확대 등 대대적인 확장정책을 추진했다.
# 성장률은 뛰었는데…재정수지·국가채무 ‘이중 적신호’
단기 경기 부양 효과에도 불구하고 재정 여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IMF 보고서는 한국 재정 운용에 경고음을 보냈다. 정부의 ‘2025~2029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11조6000억원에 달하며 2029년에는 124조9000억원까지 확대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내년 -4.0%에서 2028년 -4.4%까지 악화된다.
정부가 설정했던 재정준칙인 ‘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내’는 사실상 무력화됐다.
국가채무도 올해 1301조9000억원에서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9.1%에서 2029년 58.0%까지 상승한다.
# 보증채무까지 폭증…“확정채무+잠재채무 동시 확대는 위험”
부담은 확정채무뿐 아니다. 정부가 보증한 ‘보증채무’는 2029년 80조5000억원으로 올해(16조7000억원) 대비 약 5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여기에 한미 통상협상에 따른 대미투자특별기금(가칭) 조성 과정에서 매년 50억달러의 보증 기금채 발행 가능성이 더해지며, 잠재적 국가부채가 매년 추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2029년 국가보증채무는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확장재정 속도 줄여야” vs “지출 축소보다 재원 확충이 우선”
전문가들도 내년을 기점으로 재정정책 기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에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경제계는 “경제성장률이라는 단기 지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장재정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지출 축소가 성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공공지출 규모는 여전히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며 “재정 역할을 줄이기보다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장 모멘텀을 형성하는 시점에서 재정을 조이면 가계부채가 악화되고 국가경제의 잠재력도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 내년은 분기점…“급한 대로 확장 속도는 조절, 중기 계획은 재설계”
IMF 보고서가 강조했듯 경기 반등 국면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재정 부담이 빠르게 쌓이는 만큼, 내년은 한국 재정운용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확장기조의 속도를 조절하며 지출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복원, 중장기 재원 확충 방안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요구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