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평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적인 회동을 가졌다.

5월 초 한ㆍ중ㆍ일 정상회담과 5월 중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ㆍ북ㆍ미 연쇄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중국배제론(차이나패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외교ㆍ군사적 영향력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로도 풀이된다.

왕이 부장은 특히 남ㆍ북ㆍ미 연쇄 정상회담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 중국 정부의 지지 입장을 공식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황급히 북한을 방문한 왕이 부장은 이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한 '판문점선언'이 '정전협상'에서 '종전선언'ㆍ'평화협정'으로 이행하는 것을 공식화했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한 채 남ㆍ북ㆍ미 3자 구도를 형성하는 것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왕이 부장은 이날 김 위원장에게 "얼마 전 시진핑 총서기와 김 위원장이 역사적인 회담을 통해 일련의 중요한 공동인식에 도달했고, 이런 공동인식은 북ㆍ중 관계에 새로운 장을 열고 양국 관계에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방북은 양국 최고 지도자가 달성한 합의를 원만하고 실질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김 위원장은 정세를 정확하게 추측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림으로써 한반도 정세의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치하하며 "중국은 남북정상회담 성공 및 획기적인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고 축하한다"고 덕담했다.

왕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의 전쟁(휴전) 상태를 마무리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며 북한이 전략 중심을 경제발전으로 바꾸는 것으로 지지한다. 중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안보 우려를 해소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북ㆍ중 우의는 옛세대 지도자들이 남겨준 소중하고 귀중한 유산"이라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북ㆍ중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북한이 고수하는 전략적 방침"이라면서 "나는 얼마 전 방중을 통해 시 주석과의 심도있는 대화를 통해 중요한 공동인식과 성과들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북한의 시종일관된 입장"이라면서 "최근 들어 한반도에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는 매우 의미가 있는 것이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일 평양을 방문한 왕이 부장은 김 위원장과의 접견에 앞서 북한 리용호 외무상과도 회담했다.

중국 외교 수장의 북한 방문은 10여년 만이며 왕이 부장과 김위원장의 평양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다.

쑹타오 중국 대외연락부장이 아닌 왕이 외교부장 겸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방북한 것도 주목을 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주변화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막겠다는 시진핑 주석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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