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부자 순위. (왼쪽부터) 다키자키 다케미쓰 일본 키엔스 명예회장, 타다시 야나이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각사)
왼쪽부터 일본 부자 1~3위인 다키자키 다케미츠 키엔스 명예회장, 타다시 야나이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사진=각사)

[뉴시안= 남정완 기자]제조기업이 대규모 유통망을 가진 기업을 시가총액과 영업이익률 모두에서 앞지르며 일본 내 부자 1위에 등극했다.

14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키엔스(Keyence)의 창업자인 다키자키 다케미츠 명예회장이 382억달러(약 44조8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일본 내 부자 1위에 올랐다. 2위에는 타다시 야나이 패스트 리테일링 회장(355억 달러), 3위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269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다케미츠 회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올해에만 58억달러(6조7900억원) 올랐다. 이는 키엔스 주가가 지난해 초 대비 96%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키엔스는 14일 기준 시가총액 18조4800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32조4500억엔)에 이어 일본 내 2위를 차지했고, 소니와 소프트뱅크, 패스트 리테일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키엔스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55% 증가한 1699억엔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더 놀라운 점은 50%에 달하는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일반적인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키엔스는 공장자동화에 들어가는 센서나 측정기를 만드는 B2B 기업이다. 키엔스의 높은 영업이익률의 비결은 뭘까?


키엔스를 창업한 다케미쓰 회장은 1974년 회사 설립 이후 줄곧 무차입 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외부 투자금을 통한 기업의 몸집 불리기를 시도하지 않는다. 또 제조 단계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공장을 지어 제품을 만들지 않고 위탁 생산하는 팹리스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는 애플과 같은 생산 방식이다.

유통 단계에서도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직접판매 시스템을 유지한다. 그러기 위해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고 직접 판매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제품의 가격을 낮추기보다 우수한 영업사원을 통해 고객사가 필요한 부분을 철저히 관리하고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철저한 실적주의에 기반한 키엔스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1751만엔(1억8700만원) 수준으로 일본 내 1위다. 인적 자원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지속 경영을 펼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키엔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수요가 더 확대된 측면이 작용했다. 기존의 주력사업인 공장 생산 자동화와 관련된 장비뿐만 아니라 비접촉 센서와 측정기, 화상 처리기 등의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유니클로를 전 세계에 유통하는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회장의 재산은 올해 들어 패스트 리테일링의 주가가 18%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아 2위로 내려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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