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송서영 기자]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은 1950~1980년대 국제 NGO와 원조기관의 도움을 받아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한국은, 이제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다양한 NGO들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함께하는사랑밭’(이하 ‘사랑밭’)은 1987년 인천의 판잣집 공동체에서 출발해, 위기가정 맞춤 지원과 아동·청소년 교육, 국내외 화상환자 지원에 집중해온 대표적인 토종 자선모금 NGO다.
설립자인 권태일 목사는 어느 날 육교 위에서 화상 입은 아이와 그 어머니가 쫓겨난 채 거처를 잃고 방치된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들을 돕기로 결심한 그는 인천의 허름한 판잣집에 직접 거처를 마련하고, 갈 곳 없는 이웃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도움의 손길이 하나둘 모이며 자발적인 나눔이 확산됐고, 이 작은 나눔은 점차 체계적인 자선모금 운동으로 발전해 약 20만 명의 정기후원자와 함께 국내외 취약계층을 돕는 NGO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부터, 제도 밖에 놓인 위기가정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특화돼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대면으로 직접 모금을 진행하며 쌓은 방대한 네트워크는 ‘현장 밀착형 지원’을 가능하게 했다.
이제는 복지 사각지대를 국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밭에 사랑의 씨앗을 뿌리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는 이름처럼, 사랑밭은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가 사랑의 씨앗을 뿌리듯, 더 촘촘하게 취약계층을 발굴·지원하고 있다.
앞으로의 10년, 사랑밭은 세 가지 핵심 목표에 집중할 계획이다.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한 전국 단위 실질 교육 지원 모델 구축 △ 지역기반의 복지 연대망 확충 △디지털 나눔 플랫폼을 통한 미래세대와의 연결이다.
현재 사랑밭을 이끄는 정유진 대표는 “사랑밭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그만큼 더 사람 중심, 현장 중심의 실천을 중시해왔다”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기회의 격차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사랑밭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정유진 대표이사의 일문일답.
# 사랑밭을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와 비전은 무엇이었나요?
▲ 1987년, 사랑밭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나눔 실천에서 출발했다. 당시 우리 사회에는 교육, 의료, 돌봄, 주거 등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제도 밖에 머물러 있던 수많은 이웃들이 있었다.
사랑밭은 단순한 자선이 아니라, 공감과 참여, 그리고 실천을 바탕으로 한 시민 중심의 나눔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가장 먼저, 가장 최고로, 가장 낮은 곳으로’라는 실천의 원칙 아래, 사랑밭은 언제나 현장 중심의 나눔을 이어왔으며, 이 원칙은 지금도 모든 활동의 기준이 되고 있다.
사랑밭의 미션은 단지 긴급구호나 단기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외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구조적 문제 해결과 자립 기반 마련을 목표로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 기반의 연대와 협력 실천 모델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과 사업에 반영하고, 대상자 중심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는 지원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길은 결코 빠르거나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한 사람의 삶이 바뀌는 일이 결국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시작”이라는 믿음으로 사랑밭은 오늘도 사회 변화를 향한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사랑밭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 기회의 격차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저 행동하는 조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 ‘나눔’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나눔은 단순한 기부나 물질적 지원을 넘어, 서로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연결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랑밭은 이러한 나눔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이 사회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꾸준히 함께 걷는 일에 집중해왔다.
이것은 일시적인 도움을 넘어서,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접근이기도 하다. 나눔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일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이다.
그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사랑밭이 사용하는 “나누면, 함께 자란다”는 말처럼, 나눔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결국, 나눔은 ‘연결’과 ‘실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진짜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힘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 사랑밭의 주요 사업 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무엇이며, 그 성과는 어떤가요?
▲ 사랑밭의 대표적인 사업은 아동·청소년 교육지원과 위기가정 맞춤형 지원사업이다. 특히 교육 기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 지원, 진로교육, 문화체험 프로그램은 ‘기회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위기가정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생계·의료지원도 사랑밭만의 강점이다. 단순한 물품 전달이 아니라, 대상자의 사연과 필요를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지원 설계를 통해 위기 상황의 근본적인 해결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긴급 생계비나 병원비, 주거환경 개선 등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삶의 회복을 위한 연결고리로 작용하며, 수혜자들의 실제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에너지 지원, 금융·경제교육, 문화탐방 등 자립 준비 프로그램도 함께 확대하여, 수혜자들이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을 넘어 스스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만 해도 국내 약 30만 명, 해외 약 21만 명의 취약계층이 직접적인 도움을 받았고, 이 중 많은 이들이 생계 안정, 교육 진입, 자립 준비라는 실질적인 변화를 경험했다.
사랑밭은 앞으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그리고 자립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장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실천을 이어갈 계획이다.
# 사랑밭이 다른 NGO나 복지단체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사랑밭의 차별점은 ‘현장에 밀착한 실천 구조’에 있다. 사랑밭은 1987년 대면 캠페인과 자원봉사 중심의 실천에서 출발해, 도움이 필요한 지역과 대상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사업의 방향이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지원 구조를 갖추게 됐다.
또 다른 차별점은, 일시적인 도움을 넘어 자립의 기반을 만드는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교육 격차, 의료 사각지대, 위기가정 등 구조적인 문제들을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며, 문제 해결과 삶의 회복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운영 면에서도 투명성과 신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대면 캠페인과 나눔매니저 활동을 통해 후원자와 직접 연결되고 있으며, 내부·외부 감사를 포함한 공익법인 공시 시스템을 통해 재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사랑밭은 우리 삶과 밀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 현장 중심의 실천, 그리고 투명한 운영을 핵심 가치로 삼고 있으며, 이러한 점들이 사랑밭을 다른 NGO와 구별 짓는 본질적인 차별성이라고 생각한다.
# 사랑밭이 마주했던 가장 큰 어려움과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들려주세요.
▲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기부와 후원 환경도 함께 어려워졌다.
기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사회적 연대의 한 형태지만,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기부 여력이 줄고 후원의 흐름도 둔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랑밭은 후원자와의 신뢰를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사업의 기획부터 실행, 결과 공유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후원금이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를 구체적인 사례 중심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변화된 환경에 맞춰 기존의 대면 중심 구조에서 디지털 기반 후원 시스템과 온라인 콘텐츠 중심 구조로 전환하고, 사랑밭의 철학과 방향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브랜드 리뉴얼도 함께 추진했다.
현장의 실제 사례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기획, 언론 인터뷰, 지역사회 협력 캠페인을 병행하며, 단기 지원을 넘어 자립을 위한 교육·심리·경제 지원까지 통합 설계해 지속 가능한 지원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부가 줄어드는 상황에만 머무르기보다, 오히려 그 흐름을 점검하고 나눔의 구조와 방식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고 재구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후원이 멈추지 않도록 구조는 유연하게 하되, 방향은 분명하게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지금 사랑밭이 위기 속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대응 방식이다.
# 최근 기부 문화가 줄어드는 분위기에서 사랑밭은 어떻게 돌파구를 찾고 있나요?
▲ 기부 감소는 경기 침체 같은 경제적 요인이 크지만, 그와 함께 후원자와의 신뢰와 공감 부족도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랑밭은 후원자가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기반 콘텐츠를 강화하고, 실시간 소통 창구를 마련해 관계를 강화하고자 했다.
또한 MZ세대를 겨냥한 체험형 프로그램, 인플루언서와 함께하는 나눔 캠페인, 기업 CSR 협업 확대 등 다양한 참여 방식을 도입해 후원 저변을 넓히고 있다. 나눔이 ‘내 삶과 연결된 가치’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중요한 돌파구라고 판단했다.
# 사랑밭이 앞으로 10년 동안 이루고자 하는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요?
▲ 앞으로 10년 동안 사랑밭은 연대와 협력을 통해 ‘격차 없는 사회와 자립 가능한 미래’를 위한 세 가지 과제에 집중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 불균형 해소를 위해 공공·민간과 협력한 실질적 교육지원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둘째, 지역사회가 지속 가능한 도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사회연결망 기반의 지역복지 구조를 강화하고자 한다.
셋째, 실시간 참여와 투명성을 갖춘 디지털 나눔 플랫폼을 구축해 미래 세대와의 연결을 준비하고 있다. 사랑밭은 앞으로도 ‘가장 먼저, 가장 낮은 곳으로’ 실천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공존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편집인(경영학 박사)
정리ㆍ사진 = 송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