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안성찬 대기자]"장수연에게 무료 레슨을 받으러 가볼까?"
긴 머리카락이 잘 어울리는 '미녀 프로' 장수연(31·동부건설)이 경기 여주시 연암 3길 노이펠리체 빌딩 5층에 골프아카데미를 연다.
장수연 골프아카데미는 오는 30일 정식 오픈한다.
아카데미는 연습장 타석수는 9개, SG스크린 최신 모드 8개 등 17타석으로 구성됐다.
오픈 전까지 연습타석과 스크린은 무료이며 장수연이 매일 무료 레슨을 실시한다.
골프에 입문한 것은 전남 보성에서 녹차사업을 헸던 부친 장귀선(66) 씨의 권유에 따른 것. 오빠 장광훈 씨가 골프를 하지 않자 동생인 장수연에게 그 몫이 돌아갔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부친은 서울 중동중·고교에서 축구선수를 했다. '장대키'의 부친은 70타대는 기본이고 베스트스코어는 8언더파 64타를 칠 정도의 수준급 아마추어 골퍼였다.
장수연이 본격적으로 골프에 손을 댄 것은 초등 3년 때. 초등시절부터 장타력을 주무기로 주니어 대회를 휩쓸었다. 6학년때 주니어상비군에 발탁된데 이어 함평골프고교 1년학년인 2011년에 국가대표에 발탁돼 전인지(31), 김효주(30) 등과 함께 대표생활을 했다.
장수연은 익성배,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 골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하는 등 한국여자골프의 기대주로 부상했다.
주니어 시절 골프일화는 아직도 골프계에 회자되고 있다.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2010년 9월 5일 '장수연'의 이름을 각인시키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용인 리베라 컨트리클럽 파인-체리힐코스(파72·6500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현대건설-서울경제 여자오픈 최종일 경기 3라운드. 장수연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프로를 제치고 우승을 확정해 18번홀 그린에서 우승세리머니도 했다.
하지만 골프백이 사달이 났다. 캐디는 부친이었다. 15번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던 순간에 골프백이 홀 방향으로 눕혀져 있었던 것. 결국 2벌타를 먹은 장수연은 이정은5와 동타를 이뤘으나 연장전에서 졌다.
골프규칙 8-2는 스트로크가 진행되는 동안 플레이 선상 또는 선 가끼이나 그홀을 넘어 연장선 위에 어떤 장비도 세워루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시에는 2벌타가 주어진다.
2012년에 KLPGA에 입회한 장수연은 2013년부터 투어에 합류했다. 2016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첫 우승했다. 투어에 합류한 뒤 74번째 대회 출전만에 우승이다. 이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했고, 2017년 이수그룹 제39회 KLPGA 챔피언십, 2022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등 4승을 올렸다.
당시 프로 4년차였던 장수연에게 첫 우승이 늦은 것은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국가대표가 되고 나서 스윙을 바꾼다고 레슨을 받고 나서 바로 시행에 옮기면서 일이 터졌다. 당시 첫 대회인 제주도지사배였다. 선수에게 '암 선고'나 마찬가지인 달갑지 않은 '입스'가 찾아왔다. 입스(yips)란 압박감이 느껴지는 경기 등의 불안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육이 경직되면서 평소에는 잘 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장수연은 그 때를 떠 올리며 "입스현상이 오자 되는 것이 없었다. 드라이버 거리는 줄고 방향성도 들쪽날쭉했다. 특히, 그린주변에서 어프로치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다. 이 탓인지 대회에 나오면 늘 불안했다. 이를 벗어나려고 노력을 했지만 악순환이 반복됐다. 비단 스윙을 고치려고 새로 레슨을 받은 것뿐만 아니라 아마도 제게 쏠린 기대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 국가대표를 달고 나서 더 잘해야지하는 생각과 함께 우승에 대한 집착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내재돼 있던 것이 나타난 것"이라고 되돌아 봤다.
딸의 긴 슬럼프에서 벗어나길 기원하며 부친은 어릴때부터 쓰던 장수련의 이름을 장수연으로 바꿨다. 대한골프협회(KGA)에 국가대표 현황에는 이름이 아직도 장수련으로 돼 있다.
올 시즌 주춤하며 시드를 잃었으나 협회가 2026년부터 처음 도입하는 '특별시드'를 받아 내년에도 KLPGA투어에서 뛴다.
특별시드는 KLPGA가 처음으로 시니어 투어로 가기 전 공백을 줄인다는 취지로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도다. 시드를 잃은 선수 중 ‘10년 이상 연속 정규 투어 활동’ 또는 ‘누적 상금 25억원 이상’ 기준을 충족한 선수를 대상으로 성적과 기여도, 인지도를 종합 평가해 4명 이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올해 선정된 선수는 장수연, 이소영(6승), 김지현(5승), 서연정(1승)이다.
사실 장수연은 지난 2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6816야드)에서 열린 제19회 S-OIL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 우승상금 1억 8000만원)에서 기대가 컸었다.
올 시즌 31개 대회에 총상금 약 346억원을 놓고 펼쳐진 KLPGA투어에서 시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대회를 남기고 상금 랭킹 83위였던 장수연은 '기적처럼' 살아남을 가능성을 남겼었다.
3라운드까지 공동 2위에 올라 있던 장수연은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들어 내년 시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장수연은 최종일 17번홀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들어가면서 더블보기를 범해 결국 상금 랭킹 74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
장수연은 "이제까지는 우승하려는 욕심이 컸었던 것 같은데 내년에는 즐기면서 라운드를 하고 싶다"면서 "해외전지훈련 대신에 우리 아카데미 연습장에서 체력과 샷을 다듬으며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