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 4년제 대학의 45%가 정원 미달,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전경. [사진=이태영 기자]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 4년제 대학의 45%가 정원 미달,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전경. [사진=이태영 기자]

[뉴시안= 이태영 기자]# 최근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의 지역 격차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더욱이 MZ세대의 지역 이탈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지역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로 아주 심각한 상태다. 뉴시안은 ①MZ세대의 지방 이탈이 지역 대학, 일자리, 생활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②수도권 과밀과 청년 주거·일자리 경쟁 문제, 나아가 ③해외 도시의 균형발전 정책 사례까지 청년과 지역, 도시와 정책의 현실을 차근차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지방에서 대학 나와도 결국 서울 가야 해요. 남아봤자 일자리가 없잖아요.”

전북 전주의 한 지방대 4학년 박(25) 모 씨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서울로 이사할 채비를 하고 있다. 전공은 경영학이지만, 지역에 남아 취업할 곳이 없다. 그녀의 동기 10명 중 8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20~34세 청년 인구의 53.8%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10년 전(2014년)보다 7.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전남·경북·강원 등 비수도권 10개 시도에서는 청년 인구가 평균 28% 감소했다.

정부의 균형발전 구호에도 불구하고 ‘MZ 지방탈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 지방대학, 절반이 정원 미달…‘인구절벽’이 아니라 ‘기회절벽’

전국 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 지방의 현실은 절박하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 4년제 대학의 45%가 정원 미달,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전남·경북·강원권 대학의 미달 비율은 50%를 넘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도 원인이지만, 더 큰 문제는 청년이 ‘남고 싶은 지역’이 되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학이 지역산업과 연계되지 못하고, 졸업 후 일자리 연결망이 부재해 ‘학업→이탈’의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전북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신입생 모집도 어렵지만, 졸업생 70% 이상이 서울·경기 취업을 택한다”며 “이제는 대학보다 지역 전체가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 4년제 대학의 45%가 정원 미달,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전경. [사진=이태영 기자]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지방 4년제 대학의 45%가 정원 미달,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은 수도권의 한  대학 캠퍼스 전경. [사진=이태영 기자]

# 일자리·문화·교통…“남을 이유가 없다”

청년들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25 지역 청년고용 분석’에 따르면 지방 청년의 72%가 “지역 내 일자리 부족”을, 55%가 “문화·여가 인프라 부족”을 주된 이탈 이유로 꼽았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지방 거주 청년의 72%가 “수도권 이주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이유는 △일자리 부족(68%) △문화·생활 인프라 열악(47%) △경력 성장의 한계(39%) 순이었다.

경남 출신 IT 전공자 김(27) 모 씨는 “스타트업을 하고 싶었지만 지역엔 관련 생태계가 거의 없다”며 “결국 서울에서 일하고, 주말에만 내려간다”고 말했다.

청년층 유출이 심화되자 지역 중소도시의 경제는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상권이 사라지고, 교통·문화시설이 줄어들며, 다시 청년이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다급하다.

# ‘청년 없는 지방’…경제·복지 인프라도 붕괴

청년층의 이탈은 단순히 인구 문제가 아니라 지역 시스템 전반의 붕괴로 이어진다.

비수도권 청년 인구 감소율(2015~2025)은 평균 25%지만, 같은 기간 지역 자영업 매출은 32% 감소, 지방 중소기업의 구인난 지수는 2배 이상 상승했다.

청년층의 이탈로 인해 지역 병원·학교·소상공인 생태계가 동반 침체되는 것이다.

전남 고흥, 경북 의성, 전북 무주 등은 이미 ‘소멸위험지수’가 0.2 미만으로, 사실상 ‘유령도시’ 경고등이 켜졌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방이 무너지는 속도는 인구보다 ‘경제기반의 붕괴’가 더 빠르다”며 “지방소멸은 청년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경제정책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

# 지자체 대응, ‘현금 지원’ 한계 드러나

지자체들도 청년 정착을 위해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전북·충남 등은 ‘청년 지역정착금’을, 경북은 ‘청년농부 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정착금으로는 삶의 조건을 바꾸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부 도시는 대학·기업·지자체 협력형 ‘로컬크리에이터 허브’, ‘테크빌리지’ 등으로 지역 내 일자리 생태계를 복원하려 노력 중이다.

사회정책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현금지원은 일시적 유인에 불과하다”며 “지역산업·교통망·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청년은 떠난다”고 말했다.

실제 행정안전부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18곳(51.5%)이 ‘위험 단계’로 나타났다.

경남 밀양시가 옛 밀양대 캠퍼스를 문화거점으로 되살리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누리는 창의도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어화꽃불놀이 전경. [사진= 밀양시]
경남 밀양시가 옛 밀양대 캠퍼스를 문화거점으로 되살리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누리는 창의도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은 어화꽃불놀이 전경. [사진= 밀양시]

# “청년이 남는 지역은 있다”…작은 성공모델의 가능성

희망의 조짐도 있다.

전북 완주의 경우, ‘로컬크리에이터 허브’ 정책으로, 청년 창업가 150여 명이 귀향·정착을 유도했다.

경남 밀양시는 한때 국립대학이었던 옛 밀양대 캠퍼스를 문화거점으로 되살리고,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누리는 창의도시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시는 2021년부터 밀양대페스타를 개최하며 옛 캠퍼스를 시민문화축제로 탈바꿈시켰다. 코로나19 시기에도 1만명 이상이 참여했고, 이후 매년 규모가 확대돼 3만명이 넘는 시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는 '2025 밀양로컬엑스포'라는 이름으로 문화유산 국제컨퍼런스와 로컬미래 포럼을 함께 열며 문화도시 전략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를 “청년의 선택을 존중하는 생태계 접근”이라 평가한다. 단순히 인구를 유치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살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청년이 떠나서가 아니라, 청년이 머물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지방대는 학생이 없어 사라지고, 일자리가 줄어 기업이 떠난다. 결국 학교→일자리→지역경제가 한 줄로 무너지는 ‘도미노 붕괴’다.

한 사회학자는 “지방소멸의 핵심은 인구가 아니라 기능의 상실”이라며 “교육·산업·문화가 동시에 작동하는 ‘지역 생태계 모델’이 없으면, 수도권 집중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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