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 최근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 현상이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의 지역 격차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더욱이 MZ세대의 지역 이탈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지역의 근간을 무너뜨릴 정도로 아주 심각한 상태다. 뉴시안은 ①MZ세대의 지방 이탈이 지역 대학, 일자리, 생활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②수도권 과밀과 청년 주거·일자리 경쟁 문제, 나아가 ③해외 도시의 균형발전 정책 사례까지 청년과 지역, 도시와 정책의 현실을 차근차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청년이 남는 도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일본 히로시마의 지방 스타트업 창업가 A(39) 씨는 “인턴십, 생활지원, 주거 지원이 동시에 제공되니 지역에 남아도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방 청년의 70% 이상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남은 지역은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여러 도시가 청년 유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적 균형발전모델을 도입했다. 청년이 머물고, 일하고,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일본: 지방창생 전략으로 청년 붙잡기
일본은 ‘지방창생(地方創生)’ 프로젝트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은 인구감소를 ‘억제’하는 정책에서 감소를 전제로 한 지속가능한 지역모델로의 전환이다. 지방 기업·대학과 연계한 인턴십 의무화와 지방 취업 시 장려금 지급, 주거·문화 인프라 개선 등을 통해 청년 붙잡기 정책이 주목된다.
그 결과 2015~2025년 동안 히로시마·후쿠시마 등 5개 지방 도시에서 청년 지역정착률 35% 증가했다. 스타트업 창업률도 20% 상승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지방창생'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이를 새로운 산업·시장 기회로 전환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일본의 지방창생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일본, 일본인 이야기’ 주제로 언론에 칼럼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는 임병식 국립군산대학교 특임교수는 “단순 현금 지원이 아니라, 산업·생활·교육 기반을 통합 관리한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임병식 교수는 특히 일본 스타트업 혁신의 상징이 된 후쿠오카 ‘FGN(Fukuoka Growth Next)’을 소개했다. 1873년 문을 연 뒤 152년 만에 폐교한 다이묘(大名) 소학교를 리모델링해 2017년 문을 연 이 공간은, 번화가 한복판의 폐교를 과감히 남겨 스타트업에 내어줬다는 점에서부터 이미 도시의 의지를 드러낸다.
FGN은 단순한 창업지원센터를 넘어 하나의 스타트업 생태계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입주기업들은 월 15만 엔 수준의 낮은 임대료는 물론, 촘촘한 맞춤형 프로그램과 행정지원, ‘창업 비자’라는 파격까지 제공받는다. 자연스럽게 젊은 창업가와 개발자들이 몰려들었다.
도시재생에 예술을 입힌 사례도 주목된다. 일본의 나오시마섬은 폐광지역에 미술관을 지으면서 세계적인 관광의 섬이 돼 활기를 띄고 있다.
# 프랑스: 중소도시 ‘테크빌리지’ 정책
프랑스는 수도권(특히 Île‑de‑France/파리) 및 대도시 위주로 혁신·스타트업 역량이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 속에, 중소도시별 IT·디지털 스타트업 허브를 조성했다.
청년 창업가에게 사무공간, 멘토링, 주거 보조 등을 제공한다.
그 결과, 2020~2024년 10개 도시에서 청년 창업이 1200건 발생했다. 해당 도시 청년 순이동률도 12% 증가했다.
중소도시·소규모 도시가 처한 과제로 인구감소 또는 정체, 도심상권 쇠퇴, 서비스 부족, 디지털 인프라 늦음, 신생 기업 유입 저조 등이 있었다. 프랑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 혁신 거점’을 만드는 접근이 주목받고 있다
지역 산업과 청년 생활 환경을 동시에 개선한 것이 장기 정착률을 상승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 덴마크: 커뮤니티 대학과 산업 연계
덴마크는 지역 대학과 중소기업 협력, 교육 과정과 실무 경험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지역 생활 편의·문화시설 확충, 주거 보조금 등을 제공한다.
그 결과 대학 졸업생 40% 이상이 지역 내 취업 및 정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덴마크 서부 산업클러스터 중심지에 자리잡은 캠퍼스 칼룬보르그 (Campus Kalundborg)의 경우, 바이오제조 및 바이오솔루션(biosolutions) 분야에서 교육·연구·산업이 융합된 거점 캠퍼스를 구축하고자 했다. 2030년까지 학생 수를 약 1500명으로 증대하고, 지역 산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인재유치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단기적 유인책보다 교육·산업·생활의 삼각형 생태계가 장기 정착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 한국형 균형발전 정책의 조건
국선희 사회학자는 한국형 균형발전 정책의 조건으로 우선 “단순 청년 지원금이나 주거 보조금은 한계가 있다”며 “지역산업 + 교육기관 + 주거·문화 인프라 통합전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지방 내 청년 일자리와 창업 환경 확대는 물론, 장기적으로 지역 인구 유지와 경제 활성화가 동시에 달성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국토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이 남는 도시는 정책이 만든다”며 “단순 지원금보다 청년이 살고 싶은 조건을 구조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년과 지역, 정책이 만드는 미래
청년 이탈은 단순한 개인 선택이 아니라 지역 생태계와 정책 설계의 결과다.
일본·프랑스·덴마크 사례는 공통적으로 ‘청년이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을 때, 지방 경제와 공동체가 살아남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선희 사회학자는 “한국 지방도 청년을 붙잡고, 산업과 생활 기반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청년과 지역, 도시와 정책의 균형발전형 모델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