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청년은 미래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해 왔다. 그러나 청년이 사라지는 지역에 미래가 있을까. 지금 한국의 절반이 그 질문 앞에 서 있다. 지방은 청년이 떠나 붕괴하고, 수도권은 청년이 몰려 과밀로 흔들린다. 청년이 움직인 자리에 국가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기획을 통해 확인한 현실은 단순했다. 지방은 청년이 머무를 이유를 잃었고, 수도권은 청년이 몰릴 이유를 더 강화했다. 즉, 문제는 ‘인구 감소’가 아니다. 기회가 한쪽으로만 흐르는 구조가 본질이다.
지방 대학의 45%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일부 전문대는 충원율이 60%도 되지 않는다. 대학은 문을 닫고, 학원·식당·병원이 사라지며 도시는 텅 비고 있다.
청년이 빠져나가니 임대료가 떨어지고, 버스 노선이 감축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는 청년의 개인 선택이 아니라 정책적 결과물이다. 도시와 산업을 수도권에 집중해 온 지난 30년의 흐름 속에서, 지방은 ‘기회가 없는 곳’이 되었다. 정부가 아무리 정착지원금을 올려도 청년이 남지 않는 이유다.
지방소멸은 인구 문제가 아니라 산업·교육·생활 기반이 함께 무너진 구조적 붕괴다.
청년은 떠났지만, 수도권은 청년을 품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서울에서 혼자 사는 청년의 월세는 103만 원,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은 44%. 대기업 공채는 사라지고, 공공기관 인턴 경쟁률은 300대1까지 치솟는다. 하루 왕복 2시간 통근은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서울이 청년을 끌어들이는 유일한 이유는 ‘기회가 있다’는 기대뿐이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점점 희박해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은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도시가 아니라 기회를 찾아 들어간 청년을 갈아 넣는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해외 사례는 한 가지 공통점을 보여준다. 청년이 머무는 도시는 ‘정책이 만든 도시’라는 것이다.
한국의 청년 정책은 지금도 정착금·지원금과 임대주택·보증금 완화 등 두 가지에 주력한다. 하지만 청년이 지역에 머무를 이유는 은행 계좌에 찍히는 금액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삶이 가능하다는 확신이다.
청년은 ‘돈이 많아서’ 서울로 오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 기회가 있어서’ 서울로 오는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회 재설계’다. 한국의 지역 정책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이 남는 도시, 청년이 돌아오는 지역. 그것을 만들 수 있는지는 결국 정책의 상상력과 의지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