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세 스포츠칼럼] 故오창석 감독 유가족 “국가 위해 일하다 순직했는데 이럴 수가…”
[이종세 스포츠칼럼] 故오창석 감독 유가족 “국가 위해 일하다 순직했는데 이럴 수가…”
  • 이종세 용인대 객원교수 · 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 승인 2021.09.2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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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전 마라톤 감독 사망보험금 파문 확산
육상연맹은 사망전 사직서 서명 ‘강요’하고
삼성화재, “‘사직후 사망’은 보험처리 안돼”
유족측, “케냐 풍토병 증세로 입원중 ‘순직’”
체육계, “올림픽 준비중 당한 불행…선처해야”
지난 4월 초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전 오주한(오른쪽)과 함께 한 오창석 감독. 두 사람 모두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선명하다. (사진=故오창석 감독 제공)
지난 4월 초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전 오주한(오른쪽)과 함께 한 오창석 감독. 두 사람 모두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선명하다.  (사진=故오창석 감독 제공) 

닷새 차이로 2억 원의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면 누가 보아도 억울해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4월 30일자로 케냐 풍토병 증세로 혼수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직계 가족이 사직서에 대리 서명한 뒤 5월 5일 유명을 달리한 오창석(59 ‧ 백석대 교수) 전 국가대표 남자마라톤 감독(헤드 코치)의 사망보험금 지급 여부를 놓고 파문이 확산되고있다. 한국전쟁 발발 70년이 지난 요즘에도 당시의 전사자 유해를 발굴, 모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오 감독의 불이익을 이해할 수 있을까? 최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다녀온 지인은 “매년 평균 1, 2차 세계대전, 한국, 베트남, 걸프, 아프가니스탄 등의 전쟁에서 희생된 미군 전사자 유해 6900구가 발굴돼 국립묘지에 묻히고 있다”며 “미국의 저력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영령들을 끝까지 챙기는 국립묘지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고 부러워했다.

오감독, 케냐에서 선수 지도하다 일시 귀국…5월 사망

그런데 우리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선 오 감독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오 감독은 작년 1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육상연맹의 추천을 받아 대한체육회로부터 남자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으로 임명됐다. 2007년 오 감독에 의해 케냐에서 발굴, 2018년 한국으로 귀화한 오주한(33·청양군청·케냐명·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을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오주한은 2011년부터 경주국제마라톤, 서울국제마라톤 등에서 7번이나 우승했고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 05분 13초의 세계적인 기록도 세웠다. 오주한은 2019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발꿈치 부상에도 불구, 2시간 08분 42초의 기록으로 2020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 참가 기준기록(2시간 11분 30초)을 통과한 뒤 케냐에서 도쿄올림픽 대비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 상황으로 도쿄올림픽은 1년 연기됐고 오 감독 또한 케냐 체류기간이 길어지면서 건강에 이상 조짐을 보였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버티었다. 오 감독이 건강진단 등을 이유로 케냐를 떠날 경우 자신의 급여와 수당은 물론 오주한의 훈련비 지급도 중단하는 대한체육회 규정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오 감독은 지난 4월 11일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는데 4월 14일부터 감기에 고열증세를 보여 고향인 충남 청양과 부여, 천안 등지에서 모두 6차례에 걸쳐 코로나 19 검사 등을 받았으나 이상이 없어 일시적인 케냐 풍토병 증세로 보고 호전되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4월 18일 병세가 갑자기 악화, 응급차에 실려 서울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정밀진단을 받았으며 이때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판명됐고 담당의사는 이를 케냐 풍토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는 것. 오 감독은 이후 혼수상태에 빠져 가족과 의사소통도 할 수 없었다.

지난 4월 초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 전 오주한(오른쪽)을 격려하는 오창석 감독 (사진=故오창석 감독 제공)

삼성화재, 처음엔 호의적이었다가 태도 돌변 

이 와중에 대한육상연맹은 오 감독의 동생인 오임석(49·청양군청 육상팀 트레이너)씨에게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오주한의 훈련을 위해 오 감독이 사직해야 후임 감독을 뽑을 수 있다”며 “오 감독의 직계 가족이 육상연맹에 나와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몇 차례나 알려와 압박을 느끼게됐다. 이에따라 군복무중인 오 감독의 장남 오정택(29) 일병이 휴가를 내 4월 26일 육상연맹에 나가 4월 30일자 사직서에 대리 서명했다. 

5월 5일 오 감독이 사망하자 대한육상연맹은 유족을 돕는 방안의 하나로 삼성화재 해상보험에 가입한 2억 원짜리 사망보험금 지급을 신청하도록 했고 오 감독 유족은 삼성화재 등의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준비해 지난 5월 12일 제출했다. 김돈순 육상연맹 사무처장은 “대한체육회가 보험 약관상 사망후 5일까지는 보험금을 신청할 수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줘 유족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최근 호의적이었던 태도를 바꿔 오 감독 유족에게 “오 감독이 4월 30일자로 국가대표 감독직에서 사직하고 5일 뒤 사망했으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측은 “단체계약 특별 약관 4조에 따라 피보험자가 해당 단체를 사직할 경우 계약이 자동 해지되므로 보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 감독이 사직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했다면 보험금이 지급되느냐”는 유가족의 질문에 삼성화재 담당자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체육계, “이제 문체부가 나서야”…유족은 소송준비

하지만 오감독의 부인인 정지예(55)씨는 “국가대표 감독직을 사직한 뒤 교통사고 등 돌발상황으로 사망했다면 보험금을 주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지만 남편의 경우 4월 14일부터 20일 정도 케냐 풍토병 증세로 입원해있었으므로 보험금 지급은 물론 대한체육회와 대한육상연맹이 순직 처리를 해주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곧 삼성화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 지급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체육계 인사들은 “국가를 위해 이역만리 케냐에서 올림픽을 준비하다 질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는데 보상은 못해줄 망정 사망 5일 전 감독직에서 사임했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줄수 없다는게 말이 되느냐? 한심하다. 이제 문화체육부나 대한체육회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심성화재에서 오창석 감독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을  할 수없다’며 보내온 보험금 청구 회신 공문 (사진=오임석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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