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자동화 생산 솔루션뿐 아니라 AI 기반의 생산 계획 및, 운영, 디지털 트윈 솔루션 등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 LG전자 스마트파크는 실제 기계와 장비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구축하는 모습. [사진=LG전자/뉴시스]
LG전자는 자동화 생산 솔루션뿐 아니라 AI 기반의 생산 계획 및, 운영, 디지털 트윈 솔루션 등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은 경남 창원시 LG전자 스마트파크는 실제 기계와 장비 등을 가상 세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구축하는 모습. [사진=LG전자/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공장. 불이 꺼진 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 라인을 돌린다. 제조업의 미래가 ‘빛없는 공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크팩토리(Dark Factory)’가 글로벌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생산 전체를 통제·학습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 공정을 최적화하는 완전 무인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시안은 ‘다크팩토리’ 시대,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 사람 대신 알고리즘이 판단하는 시대

제조업의 미래가 ‘빛없는 공장’,  다크팩토리(Dark Factory)로 이동 중인 가운데, 자동화는 생산을 넘어, 경영·유통·물류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산업의 ‘손’이 로봇으로 바뀌었다면, 지금은 ‘두뇌’가 AI로 교체되는 시점이다.

쿠팡의 물류센터에서는 하루 24시간, 수천 대의 로봇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 AI는 주문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어떤 물건을 어떤 경로로 먼저 출하할지를 스스로 결정한다. 현장 관리자 없이도 수만 건의 주문이 순식간에 처리된다.

아마존의 ‘AWS 로지스틱스 클라우드’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AI가 각 지역의 재고 수준과 교통량, 기상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 트럭의 이동 경로와 배송 시간을 조정한다.

샤오미는 중국 다크 팩토리 시대를 상징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자동화, 디지털화, 친환경화 키워드를 가장 빠르게 현실로 구현해 나가고 있다. 일본 화낙은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무인 생산체제를 가동하며, 하루 50대의 제조 로봇을 생산한다. 

이제 경영 판단은 인간의 경험이 아니라, AI의 학습 알고리즘에 기반한다.

# 공장에서 ‘데이터 경영실’로… 경영의 자동화 시작

다크팩토리의 핵심이 ‘생산의 자율화’였다면, 그 다음 단계는 ‘경영의 자율화(Autonomous Management)’다.

삼성전자는 이미 생산계획, 물류, 재고 관리까지 AI가 스스로 조정하는 ‘자율경영 시스템’을 시범 도입 중이다. AI는 수만 건의 주문 패턴과 공급망 데이터를 분석해 “언제·얼마를 만들어야 하는지”를 제안한다. 결정권자는 여전히 사람이지만, 의사결정의 초안은 AI가 쓴다.

LG CNS 역시 AI 기반 ‘스마트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수요예측 정확도를 20% 이상 높이고, 불필요한 물류 이동을 30% 줄였다. 기업 경영의 효율성뿐 아니라, 탄소 절감과 ESG 관리까지 자동화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LG CNS SCM사업부 관계자는 “AI는 이제 경영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전략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공영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모던텍 관계자가 AI 기반 로봇 자율 충전 시스템 '서울 보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 보이'는 로봇팔 형태로 로봇 1대가 전기차 3대를 동시에 충전시킬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사진=뉴시스]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공영주차장에서 전기차 충전기 전문기업 모던텍 관계자가 AI 기반 로봇 자율 충전 시스템 '서울 보이' 시연을 하고 있다. '서울 보이'는 로봇팔 형태로 로봇 1대가 전기차 3대를 동시에 충전시킬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사진=뉴시스]

# 유통의 빅데이터, 물류의 AI...‘산업의 신경망’ 깨어나다

유통 현장에서도 ‘AI 경영’은 이미 현실이다.

이마트는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매장별 맞춤 발주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은 AI 기반 물류센터를 통해 하루 100만 건 이상의 택배를 사람 개입 없이 분류·적재한다.

이른바 ‘AI SCM(공급망 자율운영)’의 시대. 공장은 생산의 심장이지만, AI는 그 흐름을 제어하는 산업의 신경망이 되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는 센서에서, 판단은 알고리즘에서, 실행은 로봇에서 일어난다”며 “이 세 가지가 완전히 연결될 때, 기업은 ‘보이지 않는 공장’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경영’을 실현한다”고 짚었다.

# ESG와 지속가능성, AI 경영의 새 프레임

AI 경영은 단지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탄소배출, 에너지 사용, 원자재 공급까지 모두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에 ‘AI 에너지 제어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라인의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조정함으로써 연간 약 4%의 전력 절감을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ESG 시대의 ‘지속가능 경영 자동화’를 의미한다.

산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가 경영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렸다”며 “결국, AI 경영은 이윤을 계산하는 도구가 아니라, 기업의 가치 판단 체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경영의 중심은 ‘감’에서 ‘계산’으로, 그러나 ‘결정’은 여전히 인간에게

AI는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하지만, 그 결과의 사회적·윤리적 파급까지 판단하진 못한다.

산업계는 “AI는 경영의 뇌를 맡을 수 있지만, 양심은 맡을 수 없다”며 “경영의 본질이 인간의 가치 판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동욱 전주대 교수(KAIST출신)는 “AI는 ‘효율’을 위해 움직이지만, 인간은 ‘의미’를 위해 판단한다”며 “앞으로의 경영은 이 두 축이 협력하는 혼합형 모델(Hybrid Management)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다크팩토리’가 기계의 자율화를 뜻했다면, ‘AI 경영’은 조직의 자율화를 의미한다. 공장과 경영실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고, 데이터가 산업의 두뇌를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 인간의 ‘판단력’이 마지막 경영 자산

AI는 기업의 계산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의 책임까지는 대신할 수 없다.

데이터로 모든 것이 예측되는 시대일수록, 인간은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존재로 남는다.

한동욱 교수는 “AI가 경영을 배우는 시대, 결국 AI도 인간의 가치를 학습해야 한다”며 “산업의 두뇌가 바뀌고 있는 지금, 경영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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