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는 6일 울산 제조솔루션 시운전공장과 ME-GTC(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혁신을 실행하다'를 슬로건으로 총 177개의 혁신 제조기술을 전시해 현대차그룹의 제조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자동차 도장면을 로봇이 정밀하게 연마해 완벽하고 균일한 품질을 구현하는 상도 샌딩/폴리싱 자동화 기술 시연 모습. [사진=현대차·기아/뉴시스]
현대차·기아는 6일 울산 제조솔루션 시운전공장과 ME-GTC(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혁신을 실행하다'를 슬로건으로 총 177개의 혁신 제조기술을 전시해 현대차그룹의 제조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자동차 도장면을 로봇이 정밀하게 연마해 완벽하고 균일한 품질을 구현하는 상도 샌딩/폴리싱 자동화 기술 시연 모습. [사진=현대차·기아/뉴시스]

[뉴시안= 이태영 기자]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공장. 불이 꺼진 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 라인을 돌린다. 제조업의 미래가 ‘빛없는 공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크팩토리(Dark Factory)’가 글로벌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생산 전체를 통제·학습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 공정을 최적화하는 완전 무인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시안은 ‘다크팩토리’ 시대,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AI의 자율공장을 가능하게 하는 건 기계가 아니라 데이터다. 산업의 새로운 연료, ‘데이터 에너지’의 시대가 열린다. 불이 꺼진 공장에서 돌아가는 기계들. 그러나 공장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전기나 연료가 아니라 산업의 새로운 연료, ‘데이터 에너지’다

보이지 않지만 공장의 모든 곳에서 흐르고, AI는 그 데이터를 읽고 학습하며 공정을 스스로 조율한다. 이제 산업의 심장은 강철이 아니라 정보다.

# 공장 움직이는 새로운 연료, ‘데이터’

“우리 공장은 하루에 3테라바이트(3TB)의 데이터를 생성합니다.”

수도권의 한 전자부품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로봇의 동작 하나, 센서의 온도 변화, 불량 패턴까지 모든 공정에서 추출되는 데이터가 기록이자 다음 생산의 설계도가 된다. 3테라바이트(3TB)는 약 3000억 바이트에 해당하는 데이터 용량이다. 이는 일반적인 외장 하드 드라이브(1TB=1000GB) 3대 분량에 해당하며, 대용량 데이터베이스나 고화질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할 때 주로 사용된다.

AI 기반 자율생산(Autonomous Manufacturing)은 결국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시스템이다. 기계는 데이터를 통해 판단하고, 공장은 데이터를 통해 성장한다. 다크팩토리는 본질적으로 ‘데이터팩토리(Data Factory)’에 가깝다. 데이터가 끊기면 공장은 멈춘다는 의미도 지닌다. 

# 스마트팩토리 3.0, 산업데이터의 통합이 만든 미래

한국은 2030년까지 스마트팩토리 3만 개 보급을 목표로 ‘스마트제조 고도화 3.0’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은 로봇이 아니라 데이터 통합 플랫폼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K-스마트플랫폼’을 본격 가동했다. 이 플랫폼은 전국 2만여 개 스마트공장의 데이터를 수집·표준화해 AI 분석을 위한 산업 데이터 허브 역할을 한다.

이제 중소기업도 대기업 수준의 예측·제어 시스템을 클라우드 형태로 이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데이터 민주화(Data Democratization)’라는 평가를 받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데이터의 공유가 곧 경쟁력이며, 산업은 이제 자재가 아니라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는 6일 울산 제조솔루션 시운전공장과 ME-GTC(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혁신을 실행하다'를 슬로건으로 총 177개의 혁신 제조기술을 전시해 현대차그룹의 제조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하이브리드 스마트 안전센서 모습. [사진=현대차·기아/뉴시스]
현대차·기아는 6일 울산 제조솔루션 시운전공장과 ME-GTC(글로벌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포레스트 테크 데이(E-FOREST TECH DAY)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혁신을 실행하다'를 슬로건으로 총 177개의 혁신 제조기술을 전시해 현대차그룹의 제조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사진은 하이브리드 스마트 안전센서 모습. [사진=현대차·기아/뉴시스]

# 디지털 트윈, 가상공장의 시대 열다

다크팩토리는 이제 현실 공장과 가상 공장이 하나로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로 진화 중이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실제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 반영해 가상 공간에 동일한 공장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가상 공장은 AI가 다양한 조합을 시험하고 최적의 공정 로직을 찾아 현실 공장에 적용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실’ 역할을 한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전체를 디지털 트윈화해, AI가 로봇 팔의 동작 속도, 부품 투입 시점, 온도 변화를 미리 예측한다. 덕분에 불량률은 평균 30% 감소하고, 생산 효율은 25%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비롯한 다른 공장들에도 피지컬 AI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100% 무인화를 달성한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기존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LG화학은 공장 내 수천 개의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예측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AI는 “지금 이 온도에서 공정을 계속할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해 조정한다.

지난 10월 21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한국전자전(KES) 2025’의 개막식 ‘오프닝 키노트’ 무대 첫 번째 세션에서 LG AI연구원 임우형 원장은 AI 기술이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AI는 전문가를 더 전문가답게, 일반인을 전문가처럼 만들어줄 것"이라며 "앞으로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 옆에 AI가 존재하며, 우리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고 강조했다.

# 데이터의 양보다 ‘정확성’이 경쟁력

산업 현장의 70% 이상은 문서·사진·음성·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다. 문제는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정제·표준화, 즉 ‘질’이다.

올해 한국표준협회는 산업데이터 표준 프레임워크를 제정해, 공정·설비·제품 데이터를 동일한 구조로 변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표준화가 이뤄지면 서로 다른 공장의 데이터도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게 된다.

한국표준협회 관계자는 “AI는 데이터를 많이 원하지 않습니다. AI가 원하는 것은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죠”라고 말했다.

# 보이지 않는 빛, ‘데이터 보안’이 산업의 생명선

데이터가 공장의 연료라면, 유출은 곧 ‘전력공급 중단’과 같다.

AI 기반 생산 시스템이 확산될수록 산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키워드는 데이터 보안이다.

SK㈜ C&C는 AI 생산 시스템 전용 보안 솔루션 ‘스마트 가드’를 개발, AI 학습 과정에서의 외부 침입을 차단한다. 이 시스템은 공정 데이터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분석하도록 설계돼 외부 해킹이나 내부 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한다.

정부 또한 2025년까지 산업데이터 보호 프레임워크 표준화를 완료해, 제조 경쟁력의 국가적 방패막을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 데이터는 산업의 언어, AI는 그 문법을 배운다

데이터가 없으면 AI는 ‘언어를 모르는 똑똑한 기계’에 불과하다. AI는 데이터를 통해 사고하고, 데이터를 통해 산업의 문법을 익힌다.

한동욱 전주대 교수(KAIST출신)는 “다크팩토리의 진짜 혁신은 AI가 인간의 직관 대신 데이터의 문법으로 판단하는 구조에 있다”며 “하지만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그 데이터가 인간의 가치와 윤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판단은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짚었다.

산업계가 최근 ‘윤리적 데이터(Ethical Data)’를 논의하기 시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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