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이태영 기자]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공장. 불이 꺼진 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 라인을 돌린다. 제조업의 미래가 ‘빛없는 공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다크팩토리(Dark Factory)’가 글로벌 제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AI가 생산 전체를 통제·학습하며, 인간의 개입 없이 공정을 최적화하는 완전 무인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뉴시안은 ‘다크팩토리’ 시대, 현주소를 점검해 봤다. /편집자주
# 스마트팩토리의 다음 단계, 다크팩토리
"불을 꺼도 멈추지 않는다”
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공장이 있다. 불이 꺼진 채, 로봇과 인공지능(AI)이 24시간 쉬지 않고 생산 라인을 돌린다. 이른바 빛이 꺼진 공장인 ‘다크팩토리’다.
스마트팩토리가 인간과 기계의 협업을 중심으로 했다면, 다크팩토리는 인간의 개입 없이 AI가 스스로 공정을 판단·운영하는 완전 자율형 생산 체계다.
조명과 냉난방이 필요 없는 ‘무인 환경’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오차 없는 공정은 품질을 극대화한다.
세계는 이미 이 ‘빛없는 혁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Siemens)의 암베르크(Amberg) 공장은 전 세계 다크팩토리의 교과서로 불린다. 1200만 개의 부품이 하루에 투입되지만, 불량률은 0.001% 이하. AI가 모든 설비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정 편차를 실시간으로 조정한다. 지멘스는 이곳을 “사람이 관리하는 공장이 아니라, 데이터가 스스로 운영하는 공장(Data-driven Factory)”이라 부른다.
미국 테슬라 역시 네바다·텍사스의 기가팩토리에서 로봇이 조립·용접·물류를 맡고, AI가 클라우드에서 생산 전체를 학습한다.
일론 머스크 CEO는 “미래의 테슬라 공장은 제품이 아니라 공장 자체가 제품이 될 것”이라 말했다.공일본 파나소닉도 배터리와 전자부품 생산라인 전반을 완전 자동화하며, 24시간 무인 공정을 가동 중이다.
장이 ‘스스로 진화하는 지능’을 갖추는 시대. 바로 그것이 다크팩토리의 본질이다. 다크팩토리는 이제 특정 기업의 실험이 아니라, 글로벌 제조업의 표준 언어로 자리 잡고 있다.
# 한국의 무인화 현주소 —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까지
한국에서도 ‘다크팩토리’ 전환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준(準) 다크팩토리’ 수준이다. 클린룸 내부에서는 로봇이 웨이퍼를 이송하고, AI가 장비의 상태를 예측하며 공정을 자동 보정한다. 삼성은 2025년까지 전 사업장에 AI 예지보전 시스템을 완비할 계획이다. “사람이 문제를 발견하기 전에 AI가 고친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일부 라인에서 AI 기반 로봇이 야간 생산을 자율 수행하는 ‘무인 야간 시범 생산’을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정의 90% 이상을 자동화해 불량률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국내 제조업의 방향은 분명하다.
“인력 중심의 공장”에서 “데이터 중심의 공장”으로의 전환. 이는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생산·물류·품질관리 전체를 AI로 재설계하는 산업 패러다임의 대이동이다.
# 공장의 경쟁력, ‘사람 수’가 아니라 ‘데이터 역량’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공장의 경쟁력은 인력 규모가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달렸다.”
다크팩토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능의 문제다.
AI와 로봇, 그리고 데이터가 이루는 ‘삼각 혁신 구조’ 속에서 산업의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30년까지 무인화 수준 80% 이상 공장 1000개소 구축을 목표로 ‘스마트제조혁신 2.0 전략’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AI 인력 양성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대를 병행하며, 제조 데이터 표준화 플랫폼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의 투자 부담, 표준화 부족, 사이버 보안 문제는 큰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까지 잇따른 교섭 갈등에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와 인건비 상승에 대응해 자동화 전환 ‘다크 팩토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 “AI가 공장의 불을 끌 때, 산업의 새 시대 켜진다”
결국 다크팩토리의 핵심은 ‘인간 없는 공장’이 아니라 ‘인간이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산업 구조’로의 진화다.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대신하고, 인간은 공정 설계와 데이터 해석, 창의적 의사결정에 집중한다.
AI가 공장의 불을 끄는 순간, 새로운 제조업의 빛이 켜진다. 그것은 기술의 빛이자, 인간이 만들어낸 또 다른 산업의 윤리다.
불을 끈 공장은 결코 멈춘 공장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흐름 속에서, 경제는 여전히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
산업계는 “자동화에서 자율화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공장의 경쟁력은 인력 규모가 아니라 데이터 역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