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른쪽: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사진=뉴시스)
왼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오른쪽: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사나이는 일생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태어나서 한번.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또 한번. 나머지 한 번은 나라가 망했을 때다. 누리꾼들은 군대에서 아니면 첫 사랑과 헤어졌을 때라고도 한다.

뇌물공여ㆍ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치소와 법정을 왔다 갔다 하는 지난 1년여동안 공개석상에서 이미 세 번의 눈물을 흘렸다. 지난 5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던 날 “죄송하다”, “부친을 먼저 뵙겠다”면서 눈물을 글썽였고,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는 감정에 북받쳐 또 울먹였다. 같은 해 8월 1심 재판의 최후진술에서도 억울하다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기도 했다. 재판봉을 쥔 법관 앞에서 피고인이 결백함을 주장하다 보면 감정적이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수장으로써의 카리스마와 냉정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구속된 지 353일만에 풀려났다. 석방된 이 부회장은 법정을 나서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량으로 이동하면서 상기된 듯 옅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되자,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2심 재판이 비상식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질타했다. 이와 관련 한 현직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라면서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자유의 몸이 된 이 부회장은 삼성 서울 병원으로 이동해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 모친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홍 전 리움 관장은 미술품을 이용한 비자금ㆍ돈세탁 등의 의혹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의연함ㆍ유연함, 때론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모습을 보였다.

삼성의 ‘사카린사건’에 비견되는 이 스캔들은 지난 삼성비자금에 대한 지난 2008년 삼성특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전 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처음 검찰 수사팀에 출두하게 만든 사건이다. 당시, 홍 전 관장은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1964)의 대표작 ‘행복한 눈물’을 삼성가 비자금으로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2008년 서울 가회동 서미갤러리에서 공개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명작 '행복한 눈물'
2008년 서미갤러리에서 공개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명작 '행복한 눈물'(사진=뉴시스)

이로 인해 노무현 정권 말 비난여론이 들끓었지만, 홍 전 관장은 무대응 때론 강약을 조절하면서 삼성가 안주인으로써의 세련됨, 냉철함, 강인함, 투지마저 드러냈다. 홍 전 관장은 2008년 4월 한남동에 사무실을 꾸린 특검팀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해외 고가 미술품을 구매했는지 여부에 대해 일관적으로 부인했다.

이때 특검팀은 홍 전 관장을 출석시켜 6시간 반 가량 조사했으며, 작품의 진위 여부를 전문가와 함께 현장 조사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검팀은 삼성가의 차명 주식 배당금의 일부가 여러 단계의 세탁과정을 거쳐 고가의 미술품 구매에 사용된 단서를 포착했고, 대리구매자로 지목된 서미갤러리 홍송원 대표 또한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행복한 눈물’과 함께 논란이 된 홍 대표는 사태가 잠잠해진 2011년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 ‘행복한 눈물’이 나왔길래 680만달러에 구입했다”라면서 “삼성에 팔려고 2년 넘게 기다렸는데 홍라희 여사께선 마음에 들어 했지만, 이재용 사장이 만화 같은 그림을 700만달러나 주고 왜 사느냐고 반대해 못 팔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반면, 홍 대표가 홍라희 여사의 고가미술품 관련 집사였다는 의혹도 있다. 삼성의 비자금 조성 사례와 사용처를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홍라희 여사가 수시로 구조조정본부 재무팀 관재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대금을 홍송원 대표 등에 지급하도록 했다면서 이는 모두 구조본이 관리하는 비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행복한 눈물’을 716만달러에 구매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전 관장은 소환조사 과정에서 ‘행복한 눈물’을 잠시 빌렸다가 집에 이틀 동안 걸어놓은 후 구매하지 않고 서미갤러리에 돌려줬다면서 다른 미술품 구입은 미술관에서 구입할 경우 미술관 자금으로, 개인적으로 구입할 때는 비자금이 아닌 개인 돈으로 구입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특검팀은 홍 전 관장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렸고 이는 재벌가에 면죄부를 주기위한 ‘구색갖추기’, ‘부실수사’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당시, 삼성특검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1,021개와 1,000억원대 세금포탈 혐의를 적발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권력을 거머쥐면서 새정권이 들어서자 결국 유야무야 되고 말았다.

이후 이 회장은 불법승계ㆍ차명계좌ㆍ비자금조성ㆍ조세포털 혐의와 관련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고 ‘재벌봐주기’라는 비판이 일면서 공분을 샀다. 잠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 회장은 1년여정도 지난 2010년 3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홍 전 관장은 특검의 무혐의 결론 이후 리움 관장직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이 회장 경영 복귀 이후인 2011년 복귀했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미술잡지 <아트프라이스> 등이 선정한 ‘한국미술계를 움직이는 대표적 인물’에서 수 차례 1위에 오르는 등 국내외 미술계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 홍 전 관장은 지난 2004년 10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삼성미술관 리움이 설립된 후 관장직을 맡아왔으나, 지난해 돌연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 바 있다. 홍 전 관장은 경기여고와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후, 196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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