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달 5일 서울구치소 출소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난달 5일 서울구치소 출소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사법고시는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말을 상징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신분상승과 동시에 입신양명으로 통했다. 사법고시를 합격한다는 것은 시골에서는 마치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거와 같았다.

임금이 내린 장원급제 방이 걸리듯 고등학교 정문에는 몇 회 출신 선배가 사법시험에 합격했다면서, 전통 명문 고교임을 과시하는 대문짝만한 현수막이 붙어 국회의원 당선 못지않게 법조인 시작부터 공인으로써 영예를 누린다.

계급사다리를 통과하기 위해 초년 법조인들과 사시생들, 법대생들, 로스쿨 대학원생들은 경전처럼 법을 줄줄 외운다. 모든 사람들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이제, 재판봉을 쥔 법관들과 금권ㆍ정경유착을 상징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과 또한번 링에 올라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게 된다. 1차전(김진동 부장판사)은 중견 법관의 판정승이었다. 2차전(정형식 수석부장판사)은 고위법관의 판정패였다.

마지막, 3차전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가 나섰다. 상고심(주심ㆍ조희대 대법관)의 차례다.

국민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까지 지켜보고 있다. 민주주의 시장경제자본주의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지 아니면 아닐지 여부다.

 

◆ 금(金)메달 판정승 거둔 1심 주심 김진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을 맡았던 김진동 부장판사는 대학을 갓 졸업한 1993년 사법고시 35회를 통과, 사법연수원 25기를 수료했다.

이후, 그는 공익법무관을 마친 뒤 1999년 전주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 의정부지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친 뒤 대구지법과 수원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법으로 유턴한 김 판사는 부패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 27부에서 굵직한 초대형 경제사범들의 대한 심리를 맡게 된다. 우리나라 최상위계층 엘리트 경제인과 검사에 대한 판결을 내리는 중책이었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넥슨 주식 뇌물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부장판사는 넥슨의 주식을 무상 제공한 김정주 넥슨 창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한 반면, 진 전 검사에게는 다른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김정주 넥슨 대표의 뇌물 제공 의혹에 대해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김진동 부장판사, 김정주 넥슨 대표이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968년생 동갑내기다.

김진동 판사가 이재용 사건을 맡기까지 여러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 2017년 2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이 사건은 처음 무작위 전산배당 시스템에 따라 형사합의 21부인 조의연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하지만, 이전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었던 조의연 부장판사는 재배당을 요청했고, 이후 형사합의 33부인 이영훈 부장판사에게 넘어갔다. 그러나 이 부장판사의 장인이 농정농단 사태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연고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담당재판부는 형사합의 27부로 바꿨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공판준비 절차를 시작해 6개월가량 재판을 진행했다. 결국,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8월 1심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뇌물공여와 더불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청문회 위증 등 5가지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김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에게 건넨 정유라 승마지원금 78억원(약속액 213억원)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한 반면, 미르재단ㆍK스포츠재단,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출연금으로 제공한 220억원에 대한 제 3자 뇌물 혐의는 무죄로 판결했다. 

지난 19년 동안 판사로 재직해 온 김 판사는 지난 2월 초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 직전 사의를 표명했다. 김 부장판사의 사의 표명 배경에는 아직 구체적 사유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려대 법대와 동국대사대부고를 졸업한 김 판사는 충남 서천 태생이다.

 

◆ 국민 여론 거스른 정형식 수석부장판사

1961년생으로 김진동 판사와 7살 터울인 정형식 수석부장판사(사진)는 20대 중반이었던 1985년 제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지난 1988년 판사로 임관한 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해 서울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청주지법 수원지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으로 근무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추징금 8억 80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 수석부장판사를 2015년 우수 법관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지난달 5일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세간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준 433억원의 뇌물 일부만 유죄로 인정되자,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2심 재판이 비상식적이고 편향적”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현직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용 판결에 대하여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정 수석부장판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조희대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 시절인 2014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조희대 대법관이 대법관 후보자 시절인 2014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 정경유착에 대한 최종 판단은?… 조희대 대법관

하급심인 항소심에서 정형식 수석부장판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써 석방시켜줬다.

이에 대해, ‘유전무죄’다. ‘삼성장학생’이다. 말도 탈도 많았다.

특별검사팀과 삼성전자 양측 다 항소심 선고 결과에 불복, 서울고법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양측 간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견되고 있다.

삼성 뇌물 사건은 대법원 3부에 배당됐고, 여기에는 상고심 재판의 주심인 조희대 대법관을 포함해 김재형, 김창석, 민유숙 대법관이 소속돼 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의 최고법원으로 3심 제도의 최종심을 관할한다.

조희대 대법관은 과거 삼성 및 이재용 부회장 관련 소송을 맡은 바 있다.

조 대법관은 지난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해 허태학ㆍ박노빈 전ㆍ현직 에버랜드 사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조 대법관은 당시 CB 발행을 결의한 삼성 에버랜드 이사회는 절차적 위법성을 떠나 아예 말 도안돼는 원천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재용의 에버랜드 CB 발행 및 취득, 경영 지배권 획득 과정에서 원천적 결점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2014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법조계에서 원칙론자로 평가받고 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조 대법관은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81년 제 2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군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19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입문했다. 이후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 11조에 보면,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고 나와 있다. 또한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밝히고 있다.

대법관은 법관으로써는 최고직이다. 베스트오브더베스트인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에 있어 조희대 대법관의 판결에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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