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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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김지형 기자] 초국적기업 삼성전자의 상식을 초월하는 놀라운 노동자 인권침해 및 불법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심’도 없는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까? 내가 쥐고 있는 스마트폰이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탈법을 통해 생산됐다면 왠지 찝찝하다. 품질과 디자인,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21세기 민주주의시대 소비자로써 도덕적으로 깨끗한 제품을 사용하고 싶다.

영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사상가ㆍ정치인ㆍ외교관ㆍ행정가였던 성(St.) 토머스 모어(1535년 7월6일 영면)는 “다른 어떤 덕보다도 인간에게 소중한 덕인 참된 인간성은 다른 사람의 고통과 근심을 덜어줌으로써 그들의 삶에 기쁨과 즐거움을 선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머스 모어 경(Sir)은 <유토피아>라는 저서에서, ‘인클로저운동(Enclosureㆍ지주들이 양모산업을 위해 소작농ㆍ힘 없는 농민들의 경작지를 강제 몰수함)’으로 인해 주름이 깊어지고 있는 빈농들의 삶과 인권을 우려하며, 위정자의 가식과 탐욕을 적나라하게 비판했다.

그는 “양은 온순한 동물이지만 영국에서는 인간을 잡아먹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민주주의시대 살고 있는 우리는 첨단기술과 혁신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의 제품들이 주변 이웃들의 삶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우선 되돌아 봐야한다. 선진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도덕적 소비’, ‘착한소비’를 위해서 말이다.

먼저, 삼성전자 내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농촌에서 쫓겨나 런던 대도시의 슬럼가로 이주해 위생시설이 없는 열악한 주거공간에서 살면서 빈곤, 노동착취, 성범죄 등에 노출돼 인간의 기본권마저 위협받았던 하층민들의 삶에서 얼마나 개선됐는지 살펴봐야 한다. 당시 5세 아이들까지 공장노동자로 동원됐으며, 아동노동과 노동착취, 심각한 빈부격차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지금은 선진국인 영국의 5세 이하 사망률이 당시 70%를 넘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최근, 많은 대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논하고 있지만 이들 자본가 사업장에서는 산업혁명 시기 벌어졌던 인권침해 작태가 현재 진행형이다.

문호 토머스 모어의 초상화
영국의 문호 토머스 모어의 초상화

 

헌신짝처럼 버려진 여성근로자의 생명… 베트남 사례

창업주 이병철 선대회장은 ‘윗물이 맑지 않으면 아랫물이 더러워진다고 여겼다.

관리의 삼성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변질된 짝퉁 ‘일등주의' 인사관리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쥐어짜는 것을 넘어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이윤을 위해서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때론 불법과 탈법을 자행하는 자본가 앞에 여성근로자, 일용직 노동자, 하청업체 직원, 이주노동자, 미성년 근로자들의 인권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의 전자제품에는 이런 노동자들의 핍박과 설움이 묻어있었다. 지주를 위한다는 마름꾼들의 갑질에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마저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를 방증하듯, 베트남 시민단체 CGFED(개발과 젠더, 가족, 환경연구센터)’와 국제환경보건단체인 ‘IPEN(International Pops Elimination Network)’에 따르면, 지난 2016년 8월 베트남 타이응원에 위치한 삼성전자 휴대전화 조립공장에서 여성근로자 A씨(사망당시ㆍ22세)는 두통을 호소하다 심근염으로 급사했다.

IPEN은 이와 관련 같은 해 11월 여성노동자들의 증언을 골자로 하는 ‘베트남전자산업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라는 영문보고서를 통해 열악한 노동환경의 민낯을 보여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노동자들은 △ 근로계약서 사본을 받지 못했고 △ 주 4일간 주야 교대로 근무했으며 △ 9~12시간 서서 장기간 근무해야 했으며 △ 근무 중 어지러움 증을 느끼거나 쓰러진 적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보고서에 나오는 여성노동자들이 삼성공장 근로자인지 불분명하고 각종 질병과 업무 간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수치가 전혀 없다”면서 명예훼손 등 혐의로 법적 대응을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베트남의 노동부 격인 베트남노동보훈사회부는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근로계약, 작업환경, 건강검진, 임금 등에서 기본적으로 규제를 잘 지키고 있다“면서도 “두 개 공장 모두에서 '초과근로' 문제가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현지 언론 ‘DTI뉴스’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베트남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70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이는 베트남 노동법이 하루 8시간, 일주일 48시간 노동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과도한 노동시간이 꽃다운 여성노동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화장실 가기조차 힘들어

말레이시아 쿠알라품푸르 시내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약 60km 떨어진 포트 클랑(Port Klang) 공단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현지 삼성전자 공장 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대상 인력 파견업체를 통한 고금리 대출 알선, 여권압류, 초과근무 강제할당 등 노동권 침해가 벌어졌다. 베트남공장 사건이 얼마 안 돼 국제 이슈가 된 지난 2016년 11월의 탐사보도다.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온 현지 직원들 모습(사진=뉴시스)
말레이시아 포트 클랑에 위치한 삼성전자 공장에서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온 현지 직원들 모습(사진=뉴시스)

가디언 기자와 인터뷰 한 클랑 공장의 18세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아카쉬 반다리(Askash Bhandari)는 “12시간째 서서 일하다 금방 교대를 마쳤다”면서 “한 달 급여가 750달러(한화 81만1,500원ㆍ2018년 2월28일 원ㆍ달러기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반다리가 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인력소개서와 계약한 대출이자는 60%에 달하는 초고금리다. 그는 2년 넘게 클랑 삼성공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인력 파견업체가 알선한 고금리 대출을 갚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 공장 이주노동자들은 중간관리자들이 자신들의 실적을 위해 강제 할당한 초과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반다리의 경우 지난 2016년 9월(30일) 기준 한 달 29일이나 일했고, 초과 근무만 65시간에 육박했다.

클랑 삼성공장에서 일하는 라비 타망(Rabi Tamang)은 “라인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힘에 부친다”면서 “12시간 근무 중 식사시간은 45분이며 매 2시간마다 휴식시간은 7분정도”라고 증언했다.

이곳 말레이시아 삼성 공장에 온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입국 이후 여권을 강제로 뺏겼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관리자가 폭행을 일삼거나 고된 노동이 기다리는 라인에 배정하기도 한다. 내부적으로 이주근로자에 대한 폭력과 알력 행사가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들은 계약을 파기하고 되돌아가려면 740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지만, 이들 대부분 이마저 쉽지 않은 궁핍한 경제사정에 맞닥뜨렸다.

반다리 외에도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곳에 오기 위해 현지 인력 파견업체와 불공정 대출약정을 체결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클랑 공장 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반다리와 같은 알선업체 출신으로 이중 한 근로자는 월 기본급으로 315달러를 약속 받았지만, 이곳에서 초과근무수당을 포함해 268달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레인지를 양산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클랑 공장 종업원은 대략 2000여명 정도다. 네팔, 인도네시아, 인도, 방글라데시 출신의 이주노동자들이 인력 파견업체를 통해 대거 일용직으로 투입되고 있으며, 라인은 24시간 돌아가고, 생산제품은 전 세계로 공급된다.

이건희 회장은 1980년대 국내 삼성공장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화장실과 직원식당을 점검했고, 화장실 곳곳에 신문지가 널브러져 있는 등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청결상태 등을 질책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그 자리에서 “용변은 인간의 가장 기본 욕구인데, 이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도 못하면서 어찌 품질을 바라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노동자의 용변 문제와 더불어 불법 파견직원 고용, 저임금 불공정 근로계약 등 예전 우리나라 가발 공장의 여공들을 상기시킨다.

근로환경이 열악한 상태에서는 조직 내 분노와 폭력성이 쓴뿌리처럼 자라나기 시작하고, 결국 직원들 사이에서 힘 있는 자가 상대적 약자를 괴롭히기 마련이다.

그에 대한 변명은 성과이고 실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주창했던 ‘뉴삼성’의 선택과 집중, 실용주의가 ‘돈이면 뭐든 괜찮다’라는 한국의 개발주의 독재시대, 권위주의 시대, 이전의 근대식민지시대 및 봉건왕조시대 지주가 소작농과 노비를 착취하던 행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스스로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15세 미성년 노동자도 고용돼… 중국사례

이러한 삼성의 노동자 인권 침해와 착취 의혹은 비단 식민지 지배가 있었던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뿐만 아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의 2개 시민단체 ‘연대하는 민중(Peuples Solidaires)’과 ‘세르파(Sherpa)’는 거대기업 삼성전자의 중국 내 하청공장에서 아동노동 및 노동착취 혐의가 있다면서 소를 제기했다.

프랑스 캠페인단체들은 삼성의 프랑스 자회사(French subsidiary)와 국제 모기업(international parent company)이 중국 내 공장에서 미성년 근로자들을 고용했으며, 일부 직원들의 심각한 건강문제(health problems)들을 발견했다고 소송 배경을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삼성이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회사 중 하나가 되겠다면서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상업적으로 기만하고 있다면서, 사법부가 도덕적 신념과 현실과의 받아들일 수 없는 간극에 대해 적절한 제제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연대하는 민중과 세르파는 지난 2014년 삼성이 미성년 아동근로자들을 고용한 것과 관련해 같은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이번에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중국노동감시(Chian Labour Watchㆍ이하 CLW)’의 새롭게 추가된 증거를 기반으로 2012년 이후 벌어진 아동고용을 비롯한 노동자 학대 정황 등도 이번에 포함시켰다.

중국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공장 전경,기사내용과 상관없음(사진=뉴시스)
중국에 위치한 삼성반도체 공장 전경,기사내용과 상관없음(사진=뉴시스)

CLW는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둥관신양 공장ㆍHEG 일렉트로닉스ㆍ톈진인탑스 등지에서 16세 미만의 다수 노동자들이 불법적으로 일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제법 침해 사례를 주장했다.

CLW 활동가들은 당시 이 공장에 위장 취업한 뒤 15세 안팎 노동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이들의 노동시간과 환경, 취업과정 등을 정리해 보고서로 펴내기도 했다.

이 사건이 불거진 뒤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7월11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아동공 고용 의혹이 있는 중국 둥관소재의 협력사 신양전자(둥관신양)에 대해 조사한 결과, 아동공이 근무했다는 정황을 확인하고 아동공 고용에 대한 무관용원칙에 의해 잠정적으로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CLW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삼성 관련 상당수 하청공장에서 아동노동이 포착됐고 월 100시간이 넘는 강도 높은 노동에도 불구하고, 임금은 성인노동자에 비해 더 적게 받아 ‘동일가치노동ㆍ동일임금 원칙’에서 위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프랑스 NGO들의 소송은 지난 2017년 프랑스 사회주의 정부가 대기업이 당사의 계약자와 생산자를 보호하는 의무를 명시한 ‘라나 플라자(Rana Plaza)법’을 새롭게 통과시킨 가운데 제기된 소송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참고로, 지난 2013년 발생한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참사는 부실하게 관리되어 온 빌딩이 붕괴되면서 3,500여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인재로 기록되고 있다. 월마트, 베네통, 망고 등 미국 및 유럽의 다국적 의류기업에 옷을 납품한 라나 플라자의 여공 1100여명은 떼죽음을 당하며 그간 세계 1위였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사망자수를 경신했다.

◆삼성에 목숨 바친 여공들… 백혈병 논란은 ‘지속’

한편, 지난 18일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의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한 지난 1일 대전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해당보고서를 유족에게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발암물질인 벤젠 등 각종 유해물질을 다루는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신청한 경우 혹은 그 유족에게 정보공개가 된 첫 사례다.

앞서 지난 1986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B씨의 유족은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를 공개 청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삼성공장 여성근로자들의 백혈병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 국내 방송사는 2015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비공개보고서를 입수, “삼성반도체 여성 근로자의 혈액암 발병률이 일반인에 비해 최대 3배 높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해당보고서에서 반도체 근로자 여성의 전체 조혈기계암 발생비는 1.28로, 이는 일반인구를 1로 기준 잡았을 때 질병 발생률이 일반인에 비해 다소 높지만 오차범위를 감안하면 통계적으로 높다 낮다 따질 수 없는 수준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삼성전자가 백혈병 논란 10년에도 불구하고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직업병 논란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용인 기흥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시작됐다. 2014년에는 황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면서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후,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감시해 온 시민단체 ‘반올림’에 도움을 요청한 노동자는 320여명으로 이 가운데 119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처음으로 삼성전자 노동자의 다발성경화증과 뇌종양을 산재로 인정하기도 했으며, 삼성전자 노동자의 작업 환경과 병에 걸린 것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건희 회장은 와병 전 평소 반도체산업은 양심과 복지가 중요하다는 지론을 폈다. 공정을 책임지고 있는 근로자들의 양심이 불량하면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화장실이나 직원 식당 같은 기본 복지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고 직원들의 편의를 돌봐주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직원들의 양심을 기대할 수가 있냐고 경영진을 질책하기도 했다.

◆ 사상 최대 실적 낸 지금 조직문화 수술해야

이건희 회장이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국사회를 비판해서 회자됐던 어록이지만, “‘이재용 시대’ 삼성의 인사관리는 이류, 계약직 및 협력사 직원 복지는 삼류, 노조는 사류”라고 바꿔 말해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이건희 회장은 ‘잘 나갈 때가 위기’라고 항상 강조해왔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산업 호황 등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총수 부재가 무색할 정도다. 최근 석방된 이재용 부회장의 1년여 구속 기간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 실적으로 관리삼성의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혁신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의 등장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노키아와 모토로라의 실패 사례를 곰곰이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가 기존 핸드폰 사업전략의 성공에서 비롯된 인식의 한계와 이해 상충을 새로운 제품을 원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기호와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실패 요인은 관료화 된 조직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뉴삼성'을 기치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지만, 그룹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력사업이 아닌 ‘바이오ㆍ제약’, ‘전장사업’을 되레 신수종사업으로 선택했다. 이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정보통신기기처럼 ‘벤치마크’,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또 반복하는 것이다.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는 사상 최대 투자를 단행하는 등 ‘대마불사’식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창의적인 전략을 고심할 때이며, 이를 위해, 21세기 마인드와 끼를 가진 고급 인력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일신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기능직들이 라인에서 회로기판 납땜하고 부품 조립하는 것을 재빠르고 완벽하게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보다는 질적인 성장 그리고 젊고 스마트한 두뇌들이 개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 과제인 것이다.

삼성사단이라고 불리는 삼성그룹의 조직원들은 어설픈 마피아도, 군대도, 공무원도, 떴다방 업자도 아니다. 진정 사람의 생명, 인권, 존엄성을 먼저 생각할 때 그러한 바른 인재들을 선발하고 그룹 차원에서 육성할 때 독창적 혁신 기술과 대박제품, 신수종사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과 가신들도 이제 개발독재 시대, 식민지 시대, 전근대적인 봉건시대 지주 경영방식과 결별하고 새 하늘 새 땅을 여는 미래형 인재들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미증유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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