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마라톤이 열릴 일본 삿포로에서 훈련중인 오주한. (사진=무타이 코치 제공)<br>
지난 8월 도쿄올림픽 마라톤에 앞서 삿포로에서 훈련하던 오주한. (사진=무타이 코치 제공)<br>

케냐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3‧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청양군청)이 도쿄올림픽 실패의 악몽을 딛고 다시 뛴다. 바로 11월 28일 열리는 제30회 파리마라톤이 무대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제33회 파리올림픽 마라톤 레이스에 대비해 시동을 건 것이다. 케냐 북부 메마른 사막지역 트루카나에서 맨발로 맨땅을 달리던 흑인 청년 오주한. 그는 약물복용 의혹과 귀화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지난 8월 8일 도쿄올림픽에 나섰으나 13.6km 지점에서 왼쪽 허벅지에 통증이 와 기권하고 말았다. 40일 앞으로 다가온 파리마라톤에서도 좌절할 것인가, 아니면 2016년 자신의 최고기록 2시간 05분 13초를 넘어 재기할 것인가. 

파리마라톤 대회조직위원회가 지난 주말 오주한에게 보내온 초청장 사본 (사진=정지예씨 제공)

파리마라톤 조직위, 참가 초청장 보내와

파리마라톤 조직위는 지난 주말 케냐에서 훈련중인 오주한에게 메일을 보내 파리마라톤 참가에 따른 왕복 항공료와 체재비 부담을 약속했다. 파리마라톤 조직위의 이 같은 약속은 오주한이 2시간 5분대의 좋은 기록을 갖고 있고 비록 도쿄올림픽에 실패했으나 이 대회 우승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26일 117개국 2만4796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47회 베를린마라톤에서는 에티오피아 구예 아돌라가 우승했는데 그의 기록은 2시간 05분 45초였다. 오주한이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파리마라톤 우승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2018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06분 57초로 우승한 이후 지난 3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탓인지 파리마라톤 조직위원회는 오주한에게 대회 참가에 따른 개런티는 제시하지 않았다.

“도쿄올림픽 실패한 무타이 코치의 재임용은 곤란”

오주한은 도쿄올림픽 직후인 8월 10일 코치인 엘리자 무타이(42‧케냐)와 함께 귀국, 청양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친 뒤 청양군청 육상팀 관계자들에게 “내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3년 뒤 파리올림픽에서는 좋은 기록을 내겠다. 그사이 규모 큰 국제대회에 참가해 경험을 축적하겠다.”고 말했으며 8월 30일 케냐로 돌아가 현재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문제는 케냐 캅타갓 2300m 고지대에서 오주한이 혼자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육상연맹은 도쿄올림픽 때 오주한 코치를 맡았던 무타이를 유임시킬 움직임을 보이고있으나 육상계는 “도쿄올림픽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무타이를 유임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육상연맹이 제정신이냐”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아무튼 대한육상연맹과 오주한에게 8천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청양군청이 협의해 오주한의 기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를 하루빨리 선임해 내년 아시안게임과 3년 뒤 파리올림픽에 대비해야 한다는데에는 이견이 없을성 싶다.

故 오창석 감독 영전에 바쳐진 맹호장 훈장증. (사진=정지예씨 제공)

정부, 故 오창석 감독에게 맹호장 추서 

 

한편 정부는 지난 10월 1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1 체육발전 유공 정부 포상 전수식 및 제59회 대한민국 체육상 시상식에서 오주한을 발굴, 한국에 귀화시킨 뒤 국가대표선수로 키우다 지난 5월 5일 별세한 고 오창석(59)전 남자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했다. 황희 문체부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을 대리해 오감독의 부인 정지예(55)씨에게 시상했다. 

오 감독은 지난해 1월 오주한의 전지훈련을 돕기위해 케냐로 출국했다가 비자 만료로 지난 4월 11일 일시 귀국했다. 당시 열이 있어 감기인 줄 알고 병원을 찾았으나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알려졌고 그게 폐렴으로 악화되면서 그만 세상을 떠났다. 이 때문에 오주한은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오 감독을 잃고 상실감에 빠져 훈련에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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