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한 잔의 물컵에서 시작한 태풍이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일가를 휩쓸고 있다. 터져 나오는 증언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이다. 내부고발자들이 시작한 익명의 대화방에는 참가자들이 천명을 넘어 섰다. 녹음파일과 영상, 디지털 증거들은 국민의 눈과 귀에 의심의 여지없이 유죄를 선고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 시점에서 문득 조현민 전 전무는 어떤 항변이나 변명을 할 수 있을지 고약한 물음표가 떠오른다. 어쩌면 그녀는 이런 얘기들을 하지 않을까? 가정이지만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까지 한 번 씁쓸한 생각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자기 생각과 맞아 떨어지는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무시하는 성향이다. 심리학자들은 확증편향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확증편향이 일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비춰 세상을 바라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떤 경험에, 알고 있는 어떤 사실 관계에, 일어나는 현상을 끼워 맞춘다. 척 보면 안다는 식이다. 두뇌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판단은 빨라지지만, 새로운 사실에 대한 판단을 왜곡시키기도 쉽다. 그런 측면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에 정치인들이 찾아 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주변 인사들.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의 사무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드루킹은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 대표로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했다. 국내외 정세를 다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 창고”는 누적 방문 수가 980만명에 이를 만큼 나름 유명세를 가진 논객이다. 그런데 그의 주된 무대는 가상공간이었다.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굳게 닫혀 있는 사무실 밖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문고리 3인방, 비선실세, 7시간…징역 24년형을 선고받은 전직 대통령을 둘러 싼 장막들이다. 그들의 시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밝혀진 것들도 있고, 어두운 것들이 남아 있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아직도 “봐라! 별 거 없지 않았느냐!”면서 항변한다. “단돈 1원도 받지 않고 친한 지인에게 국정 조언을 부탁하고 도와준 죄로 파면되고 징역 24년 가는 세상“이라는 말. 제1야당 대표, 그것도 검사로서의 명성에 힘입어 정치를 해 온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돈을 내게 만들도록,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치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암탉을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 안 되지만 의외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꾸준히 낳는 달걀로 영양섭취를 해 사람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부수적으로 가정 경제의 주도권을 여성이 쥐면서 양성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코 우습게 볼 닭이 아닌 것이다. # 7시간이나 4시간이나 새벽을 깨우는 동물로서 닭은 우리네 풍습에도 상서롭게 여겨졌다. 씨암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스웨덴 영화 “개같은 내 인생”은 성장기를 소재로 한 코믹 드라마이다. 열두살 소년 잉마르는 시골마을에서 날마다 처럼 이런저런 사고를 치며 사랑과 우정을 배운다. “길버트 그레이프“로 유명세를 얻은 라세 할스트룸 감독의 1985년 작품이다. 그런데 하필 왜 개같다고 제목을 붙였을까?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욕하는 말로 들린다. 아니면 뭔가 궁색맞고 초라한 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란다. 착해 빠진 혹은 순수한 심성을 가리키는 쪽에 가깝다. 주인을 바라보는 반려견의 눈빛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지난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두하던 날이었다.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 이명박은 불행한 역사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것인양 비장하게 얘기했다. 정치보복이 자신에서 끝나기를 바란다는 뜻이었다. # MB의 이력과 신화 MB의 인생 역정은 얼핏 보기에 경이롭다. 가난한 살림 탓에 1960년 상업고등학교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그럼에도 당시 명문이었던 고려대학교에 진학했고,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학생운동에 참가했다가 6개월 옥살이도 했다. 1965년 현대건설에 들어간 이후 진짜 신화가 만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신약성서 요한복음 8장에 나오는 유명한 일화이다. 간통죄를 저지른 여인을 예수 앞에 끌고 와 어찌할 것인지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모세의 율법대로라면 돌로 쳐서 죽여야 하는데 말이다. 예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나이가 많은 이로부터 시작해 하나 하나 자리를 떠났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이 사건을 종교가 아니라 법의 눈으로, 가정해서 뜯어 보자. 당시는 세속과 신앙이 완전히 나눠지지 않은 시절이었다. 모세의 율법은 특정 종교의 교리가 아니라 실정법에 가까웠다. 예수에게 여인을 데려간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하얀 공을 쳐서 빨간 공 두 개를 연달아 맞혀야 하는 당구. 돌 하나 던져 두 마리 새를 잡는 게 규칙이다. 초보자의 눈에는 꽉 막혀 보이기 일쑤지만, 길들은 곳곳으로 이어져 있다. 고수가 두 개의 공을 몰아가며 거듭 거듭 점수를 얻는 모습은 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옳다구나 싶어 따라해봐야 헛손질하기 일쑤. 공에 맞는 힘과 회전 방향, 각도까지 섬세하게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 주로 등장하는 것이 겐세이다. 뒷 사람이 공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길목에 자기 공을 가져다 놓는 것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왜 그랬는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내가 다스렸던 세상에 진실은 단 한 마디도 없었어… 혁명가들은 내 목이 잘려 은쟁반에 올려지길 기다리네. 외줄에 달린 꼭두각시 신세. 도대체 누가 왕 따위를 하고 싶어하지?- 콜드플레이, “비바 라 비다” 중에서잘못된 권력은 가혹한 폭력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그 힘은 거짓으로 지어져 무너지기 쉬운 신기루일 때가 많다. 콜드플레이는 “소금과 모래로 만든 기둥 위에 세운 성”이라는 노랫말로 읊었다.# 닫혔던 세상이 열렸다현직 검사가 입을 열었고, 그 목소리를 여류 시
# 누가 갑일까[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올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상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그 중 하나다.평창에는 1만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뛰고 있다. 12개 경기장에서 관중안내를 맡은 이들, 이동 거점들 마다 배치된 교통 안내 인력,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 선수들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오는 손님들의 입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경찰, 군인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 질서 정연하게 대회가 치뤄지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이다.하는 일이 많은 만큼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건장한 사내들이 알몸으로 치르던 경기들. 달리고, 뛰고, 창과 방패(원반)을 던지며 힘을 겨루었다. 복싱과 레슬링, 나아가 상대가 죽거나 항복할 때까지 격렬하게 싸우는 판크라티온으로 다퉜다. 고대 올림픽은 아무리 고대라도 평화롭게만 보기 어려웠다. 규칙도 엄격해 부정출발을 한 육상 선수를 사형에 처했다는 기록도 있다. 전적으로 인간의 힘에 의지해 전쟁을 벌이던 시절, 각국의 힘을 과시하는 일종의 대리전이기도 했다.올림픽이 처음 열린 시점은 기원전 776년으로 기록돼 있다. 이 무렵은 그리스 지역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발바닥이었다. 온 국민을 테니스 열풍에 휩싸이게 만들었던 마지막 히든 카드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4강 진출 위업을 달성한 정현 선수는 여러모로 눈길을 사로 잡았다. 22살의 어린 나이, 교정을 해도 0.6에 불과한 고도 근시, 세계랭킹 58위.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다. 혜성처럼 등장해 스스로의 영웅이었다는 노박 조코비치를 물리쳤다. 황제라 불리는 페더러에 기권패로 무릎을 꿇었을 때의 아쉬움도 잠시. 물집 속의 물집, 깎아 내다 못해 시뻘겋게 드러난 그의 발바닥을 보는 순간 아쉬움은 탄성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피플 V. 나사르"어린 체조선수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저지른 미국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는 최장 175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미국 법원에서 열리는 형사 사건은 위에 쓴 것처럼 “피플 V. 누구“라는 식으로 제목을 붙인다. 그 지역 주민들이 누군가 죄를 지었다고 주장하면, 피고인이 된 상대방은 아니라며 맞선다는 뜻이다. 검사, 변호사는 양쪽을 대리한 선수들이고, 판사는 공정한 진행을 맡은 심판이다. 재판을 지켜보고 어느쪽이 맞는지 판단을 내릴 권한도 원칙적으로 주민들로 구성된 배심원단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흔히 일본 사람들은 곱창을 먹지 않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츠나베라는 것이 있다. 모츠는 내장, 나베는 냄비라는 뜻으로 우리네 곱창전골과 비슷하다. 소 대창 같은 부속물을 양배추, 부추 같은 야채와 함께 끓인 것이다. 먼저 고기와 야채를 건져 소스에 찍어 먹고, 육수에 국수나 밥을 말아 먹는다. 곱창전골과 비슷하면서도 색다른 맛이다. 일본에서는 후쿠오카 명물로 알려졌는데, 한국에서도 접할 수 있는 곳들이 생기고 있다. 요즘처럼 차가운 날씨에 속을 든든히 해주기에 딱이다. # 수익의 귀재 MB그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영화 “1987”이 흥행중인데, 그 무렵 필리핀에서도 민중봉기가 있었다. 1965년 대통령이 된 이후 21년 동안 독재권력을 행사했던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때문이었다.마르코스는 여러모로 박정희와 닮았다. 비슷한 시기 권력을 잡았고, 1972년 똑같이 헌법까지 고쳐가며 독재를 이어갔다. 박정희 보다 오래 집권했지만 1986년 부정선거에 분노한 국민에 의해 쫓겨났다. 1987년 박종철 열사의 희생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에서도 전두환에 의한 “체육관 선거”가 치러졌을 것이다.그런데 이런 역사보다 유명한 이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할복이란 전쟁이 많았던 일본에서 유래한 악습이다. 악습이라 쓴 이유는 결코 미화할 수 없는 죽음을 마치 무사의 기개라도 보여줬던 일인 것처럼 꾸며대기 때문이다. 할복은 원래 전쟁에서 진 장수에게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한 형벌이었다. 명예라도 지켜주는 듯 보이지만 정말로 죽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것도 자기 배에 칼을 밀어 넣어서. 강요에 의한 자살이 본질이다. 그래서 말이 할복이지 그렇다고 이름만 붙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통은 스스로 크게 상처를 내지 못했고, 뒤에서 기다리고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시간이란 상대적인 개념이다. 보이지도 잡을 수도 없는 시간은 개체에게 의미있는 사건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건의 시작이 누군가에게 끝나지 않았다면 그 시간은 그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라는게 만들어졌던 2015년 12월 28일은 할머니들에게 시간일 수 있을까?#김복동 할머니의 시간김복동 할머니는 1941년 그녀의 시간으로는 열 다섯살에 순사의 위협을 받았고, 그나마 군복공장에 끌려가는 줄 알고 일본으로 건너 갔다. 물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정신대였다. 그 후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27살로 삶을 마감한 그룹 샤이니 종현의 영결식이 지난 21일 열렸다. 2008년 데뷔한 샤이니는 한류 스타이다. 중국, 일본,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도 팬을 갖고 있다. 프랑스에서 K팝을 다루는 잡지가 만들어졌을 때 표지모델을 장식한 것도 샤이니였다.그런 샤이니의 메인 보컬이었던 종현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언론은 아이돌 연예인의 심리에 대해 다루었다. 그의 유서를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뉴시안 전문가 칼럼=양지열 변호사] IT 시대의 사회적, 정치적 현상을 경계하는 단어로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 있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 한 번 검색하고 나면 거듭거듭 비슷한 물건 광고를 보게 됐던 일. 인터넷 사용자는 눈길을 끄는 뉴스를 읽고, 좋아하는 상품 쇼핑을 하고, 마음에 들어 보이는 사람과 SNS 친구를 맺는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알지 못했던 자신의 성향을 드러낸다. 그걸 인공지능이 파악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다보면 특정 성향의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