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양현종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양현종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사람은 누구나 승부를 겨루면서 살아간다. 저녁내기 같은 작은 승부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큰 승부도 있다. 하물며 스포츠 세계에서의 승부는 늘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서 벌어진다. 매주 목요일,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같은 행위의 반복을 통해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는 스포츠인들의 몸부림을 들여다본다.

손혁 위원, 양현종 메이저리그 부진 공 때문이다

지난 10월 14일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 메이저리그 전문가 손혁 씨가 양현종이 메이저리그에

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공 때문이라는 새로운 주장을 했다.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12경기, 선발은 4경기에 나서 35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며 탈삼진 25개에 0승 3패, 평균 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양현종은 트리플A 라운드 락 익스프레스에서의 성적도 역시 1승도 올리지 못했었다.

미국 현지에서 양현종을 지켜본 손혁 메이저리그 전문가이자, 전 키움 히어로즈 감독은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약간 늦은 것과 함께 공 이야기를 했다.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스(Rawlings)가 KBO리그 공인구보다 더 크고 실밥이 낮고 넓고, 미끄러워서 손에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서 슬라이더 구사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손 감독은 덧붙여서 양현종 선수가 롤링스 공에 적응할 만하니까 귀국하게 되었다고 했다.

손 혁 씨는 양현종 본인은 핑계 대는 것 같다고 공 차이를 얘기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말이 양현종의 속내와 같다는 것을 암시했었다.

야구공은 실밥은 손으로 일일이 꿰매

메이저리그나 KBO리그나 공인구의 무게는 145g 안팎이고, 둘레는 23cm가량이다. 그리고 겉은 가죽으로 감싸여 있고 내부는 코르크와 고무 소재의 중심으로 굵은실, 중간 굵은실, 가는 실 순으로 감겨있다.

야구공 기술자가 10가닥의 붉은 면사로 한 땀 한 땀 엮어 108 땀을 떠서 가죽을 이어붙이면 야구공이 완성된다. 숙련된 기술자의 경우도 공 1개 꿰매는데 12분 정도가 걸린다.

미국은 롤링스, 일본은 미즈노가 공인구이지만 KBO리그는 2015년 탱탱볼 논란이 있고 난 이후 2016년부터 스카이라인을 공인구로 사용하고 있다.

야구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발계수다.

반발계수가 높으면 탱탱볼 즉 홈런이 대량으로 양산되고, 반발계수가 낮으면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장타가 나오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공인구 롤링스의 반발 계수는 0.3860 ~ 0.4005이고, KBO리그는 일본리그(NPB)와 똑같은 0.4034 ~ 0.4234이다.

KBO리그와 NPB 리그 공이 메이저리그 공보다 더 멀리 나간다.

108개의 실밥 때문에 공이 더 빨라져

투수가 던진 공은 곧바로 회전을 시작한다. 공이 회전하면 방향이 변화하려는 힘이 발생하게 된다.

공이 날아가면서 만들어진 회전이 공기의 변화를 만들어 내고, 그 변화에 따라 공기의 진행 방향이 바뀌면서 공은 회전 방향으로 휘게 된다.

공이 회전하는 방향과 공기 흐름이 같은 곳에서는 공기 흐름이 빨라지고, 반대편은 공기 흐름이 느려져 회전 방향으로 공이 휘는 것이다.

108개의 실밥이 예측 불가능한 공의 흐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야구공의 108개의 실밥은 공기와의 마찰을 높이는 매개체가 돼 압력의 차이를 만들고 공의 회전 효과도 극대화하는 것이다.

또한 투수가 야구공의 어느 부분의 실밥을 잡느냐에 따라 변화구의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투수가 심판 또는 포수로부터 공을 건 내 받은 후 공의 교체를 요구하는 이유는, 야구공에 흠이 생기면 공의 빠르기와 변화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야구공에 실밥이 없다면 공의 속도는 아무리 강속구 투수라도 시속 130㎞를 넘기기 힘들다. 공의 실밥 때문에 시속 160km 안팎의 강속구가 나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공인구 롤링스 공이 누런 이유

메이저리그 공인구인 롤링스를 자세히 보면 쓰던 공 즉 ‘중고 공’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모두 누렇다. 당연히 헌 공은 아니고, 30개 팀 관계자가 공 한 개 한 개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진흙을 발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진흙은 아무 곳에서 퍼온 것이 아니라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Lena Blackburne Baseball Rubbing Mud)사에서 동일한 명칭으로 판매하는, 매직 머드(Magic Mud)라고 불리고 있는 제품이다.

매직 머드를 캘 수 있는 뻘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진흙을 제공하는 ‘빈틀리트 가문 3명만’ 알고 있는데, 1년간 수익이 2만 달러 정도라 사실상 명예직에 그치고 있고, 따로 인쇄소를 운영해서 생계를 이어간다고 한다.

한국이나 일본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인구는 하얗다. 공을 만들 때부터 미끄럽지 않도록 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콜로라도 로키즈 홈구장인 쿠어스필드는 1600m 높은 고지에 있어서 공기가 희박해서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유명했었다.

그래서 쿠어스필드에서 사용되는 공은 미리 습도가 높은 저온 가스실(휴미더)에 넣어서 보관해서 반발계수 즉 탄력을 줄여서 홈런 개수를 줄이고 있다.

실제로 건조한 상태의 공보다 휴미더에서 습기를 머금은 공이 배트에 맞았을 때 많이 뻗어 나가지 못한다.

휴미더를 사용한 이후 쿠어스필드에서 경기를 갖는 양 팀 득점이 한 경기 13점 안팎에서 8~9점 안팎으로 대폭적으로 줄었다.

한 구단이 공 값만 2억 원 정도 소요

한 구단이 소비하는 공인구는 경기구 연습구를 포함해서 연평균 3만개 안팎이다. KBO리그 10개 구단에서 30만개를 소비하는 셈이다.

공인구 하나의 단가는 6000원. 한 구단의 1년 공 구매 비용은 2억 원이 채 안 된다. 한 구단의 전체예산 약 300억 원 안팎에 비하면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비용이다.

그리고 각 구단은 공인구를 훈련용으로 다시 활용한다.

선수나 구단 직원이 선물용으로 사 가거나, 선수들이 팬들에게 사인해 주는 공은 공인구의 3분의 1도 안 되는 2000원이다.

프로야구 한 경기당 홈 팀이 공인구를 100개 안팎이 소요된다. 파울 된 공 등이 관중석으로 떨어지면 주운 관중은 돌려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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