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 전북현대모터스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린 17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모터흐 김상식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전 전북현대모터스와 울산현대의 경기가 열린 17일 전북 전주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현대모터흐 김상식 감독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기영노 편집위원]뉴시안이 축구 야구 골프 등 스포츠 뒷얘기를 묶어 콩트로 풀어보는 기획물을 마련했습니다. 스포츠 콩트는 실제 상황과 달리 상상으로 쓴 글이니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

이번에는 프로축구 K리그에서 우승한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과 준우승에 머문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주인공입니다.

2021 프로축구는 시즌 내내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 가’ 집안끼리의 우승 다툼이 볼 만 했지요. 최종 결과는 전북현대의 승리였습니다.

전북은 지난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 A(1~6위) 최종 38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겨 정상에 올랐습니다. 준우승은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울산 현대가 차지했지요. 

전북 현대는 이번 우승으로 K리그 사상 첫 5연패, 역대 최다 리그 우승 기록 9회로 새 기록을 썼습니다. 김상식 감독은 우승뒤 인터뷰에서 “올 시즌 (우리 팀이) 울산 현대에 4번 맞대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다가 마지막 5차전에서 한 골 차(3대2)로 이긴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김감독이나 홍감독은 K리그로 볼 때는 ‘초보 감독’이라는 공동 점이 있습니다. 두 감독 모두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K리그 감독을 맡았습니다.

특히 김 감독은 프로팀 경력은 물론 아마추어팀도 맡아 본 적이 없는 ‘왕초보’ 감독입니다. 반면 홍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감독, 중국 프로축구 항저우 뤼청 감독, 그리고 2014 브라질월드컵 대표 팀 감독 등 감독으로, 이른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감독입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기 전에 우리 월드컵 대표팀은 “원 팀(One Team), 원 스플릿(One Spirit), 원 골(ONE Goal) 정신으로 8강에 오르겠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불과 2년 전에 한국축구 사상 최초로 (런던) 올림픽 메달까지 땄었기 때문에 홍 감독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했지요.

그러나 홍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은 H조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겼었던 아프리카 대표 알제리 팀에게 4골이나 내 주고(2대 4패) 패하는 등 러시아(1대1), 벨기에(0대1)에 밀려 1무 2패(H조 최하위)로 탈락했습니다. 한국축구 월드컵 출전 사상 최초로 아프리카 팀에 패한 것도 뼈아픈 기록이고요.

그리고 이번에 K리그 준우승으로, (울산 현대) 팀 사상 10번이나 준우승만 하는 오욕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홍 감독은 준우승뒤 "울산 현대 축구 팬들이 바라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축구는) 성공 아니면 실패인데 결과적으로 실패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김 감독은 홍 감독에 비해 지명도나 전적에서 확실히 열위입니다.

홍 감독은 세계 100대 축구선수(2004년)로 꼽히고,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브론즈 상’을 타는 등 국내 최다 A매치(132경기, 10골)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월드컵도 1994 미국, 1998 프랑스, 2002 한일월드컵 등 3차례나 출전하는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보냈지요.

반면 김 감독은 1999년 드래프트에서 일화에 입단하고, 2013년 전북 현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수비형 미드필더 또는 중앙수비수로 활약을 했습니다. 국가대표로는 2006 독일월드컵에 출전했고, 59경기(2골)를 뛰었을 뿐입니다.

2021 K리그 준우승에 머문 홍명보 감독이 우승을 차지한 김상식 감독에게 축하 전화를 겁니다. 

홍명보 ; 김 감독! (우승) 축하해.

김상식 ; 선배님! 고맙습니다. 직접 전화까지 주시고.... 선배님도 내년에 공격수와 중앙수비수를 보강하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홍명보 ; 걱정해 줘서 고마워, 김 감독은 감독 맡은 첫 해 우승을 했으니까 그야말로 앞날이 창창하네.

김상식 ; 뭘요, 얼떨결에 우승한 거예요...

홍명보 ; 근데 우승을 한 비결이 뭐야?

김상식 ; 거~ 뭐 별거 없어요……. 시즌 내내 ‘원 팀, 원 스플릿, 원골 정신’을...

홍명보 ; !?!

김상식 ; 왜 갑자기 말이 없으세요.......

홍명보 ; 응……. 회의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

(홍 감독은 전화를 끊은 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축구 철학 ‘ 원 팀 원 스플릿 원골’을 특허를 내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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