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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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김지형 기자] 지난해 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로 독살됐다. 암살 배후로 북한이 지목됐으며 현장에서 용의자로 베트남계 여성 2명이 붙잡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해외 도피생활중인 잠재적 반란세력에 대해 생화학무기로 공격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VX 등 신경작용제를 이용한 암살 시도사건은 동아시아 자유진영 개발도상국뿐만아니라 유럽 선진국의 한 복판에서도 전직 정보요원을 대상으로 암살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김정남같은 권력자에 대한 암살도 아니었으며, 시리아처럼 전시상황도 아니었다. 이제는 민간인이 된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단죄였다. 스탈린 이후 최장기간 집권에 순항하고 있는 러시아 짜르(Czar)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배반자를 향해 철저한 응징을 가한 것이었다.

지난 3월 영국의 한적한 중소도시 솔즈베리에서 러시아 전 이중첩자 스크리팔 부녀는 신경작용제 '노비촉(Novichok.옛 소련에서 개발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쇼핑센터 벤치에서 혼수상태가 됐다. 이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인계됐지만 생명이 위중한 상태다. 노비촉은 VX보다 독성이 5~8배 가량 강해 단 몇 분에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화학무기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를 강력 비난하며 러시아 출신으로 한때 영국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서 암약했던 이중스파이의 희생을 맹비난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러시아 배후 의문의 사건에 대해 "영국령 내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경고했다.

오는 4월, 그리고 5월말 혹은 6월 초 열릴 남ㆍ북ㆍ미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회담 조건으로 제시한 비핵화에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슈뿐 아니라 대량의 민간 희생자를 발생시키고 있는 생화학무기, 생물학무기가 포함될 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최근 영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암살용으로 쓰인 화학무기는 1991년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대량살상무기(WMDㆍWar Mass Destruction)로 분류돼 있다. 1993년 유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에 따라 제조ㆍ유통도 금지됐다.

생화학무기는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최근까지 대량의 민간인 희생자를 낳았다. 지난 2013년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이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자행한 사린(sarinㆍ신경)가스 학살이다.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내전 과정에서 유독성 사린가스가 살포됐고, 천명이 넘는 여성과 아이들이 참혹하게 희생됐다.

시리아 내전은 오바마 정권 이후 유엔(UN)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적극적인 개입을 꺼리면서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2011년 시리아 반정부군의 시위가 격화된 이후 난민은 100만명이나 발생했다.

2013년 유엔과 국제NGO, 외신들은 시리아의 화학전 참상을 전했다. 당시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서로를 비난했다. 아이들과 여성들은 독가스에 차가운 주검으로 발견됐고, 널린 시체에서 외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사린가스로 인한 시리아 희생자 규모는 1차 세계대전 이후 20세기 말ㆍ21세기 초 최악의 화학전 참사로 기록됐다. 이는 1995년 일본의 옴진리교 지하철 독가스 테러로 인한 사상자를 웃돌고 1980년대 이란-이라크전 발발시 화학전 못지않은 민간인 희생이다.

이로인해, 세계 경찰국가인 미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들끓었다. 2013년 이후 발생한 시리아 내전과 민간인 인권 유린에 대해 오바마 정권이 미온적인 대처를 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시리아 내전이 심화되면서 2017년 시리아 정부군은 우방국인 러시아 지원을 등에 업고 또 다시 반군 거점인 이들리브주(州)에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했다. 민간인 사상자 수백명이 발생한 데 대해 시리아 정부는 반군의 화학무기 창고를 폭격하면서 독가스가 누출된 사고였다면서 양측 다 책임을 발뺌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017년 새로 들어선 트럼프 정부는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대량살상무기협정 위반에 단호했다. 이들리브 사태 후 이틀 만에 지중해에서 미 군함은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수십개의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 민간인 희생자를 계속 발생시키고 있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 공화당 정권의 보복적 대응이었다. 국제법 위반에 대해 트럼프 신정부 입장을 천명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이 지난 3월 초 우리 정부의 북한특별방문단에 의해 성사된 후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지난 22일 새로 내정됐다. 이로인해 미국이 북한에 요구할 비핵화 단계가 리비아식 아니냐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리비아 모델은 선비핵화, 후보상이다.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생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까지 논의될지 여부도 기대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와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ㆍ북ㆍ미 연속 정상회담에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가 포함되지 않는다면 한반도 지정학적 우려는 불식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 시리아 내전 사태로 본 생화학무기의 파괴력… 그 파급력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외에도 생화학무기는 실제 대량의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의 요충지였던 동구타를 완전히 탈환하면서 지난 7일 화학무기 공격을 가해 70여명이 사망했다.

지난 2월부터 대대적인 공습을 했던 시리아 정부군의 동구타 탈환 작전에서 민간인 1600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월 이래 반군과 그 가족들, 민간인 16만 5000명이 동구타를 떠났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시리아 정부군 지역에 보복 공습을 가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와 영국 정부도 미국과 함께 공동의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란 관측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트럼트 미 대통령은 지난 7일 시리아 반군 거점지역인 동구타 두마에서 화학무기로 의심되는 공격이 또 발생하자 트위터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이란은 짐승 같은 아사드를 지지한 책임이 있다.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정부군과 연합하고 있는 러시아 군도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국 군대 주둔한 시리아에 서방의 공습이 가해질 경우 보복공격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로인해 미 트럼프 대통령과 테레시 메이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직 시리아 공습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한 지난 2013년 이후 시리아 내전 추이를 살펴보면, 정부군이 사린가스를 살포한 다마스쿠스 사태로 당시 어린이와 부녀자를 포함해 500~1300명 이상의 민간인이 생화학무기로 사망했다.

미국 등 서방의 비판이 높아지자 알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 전량폐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아사드 정권은 화학무기 폐기 약속을 지지부진 미뤘고 2017년 4월 이들리브 사태가 발생, 100여명 가까운 민간인이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졌다.

미국은 2017년 4월 4일 화학무기 공격이 터진 이들리브 사태를 시리아 아사드 정부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6일 새벽 지중해상의 자국 해군 구축함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알샤이라트 공군기지를 향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59기를 발사했다. 미국의 폭격으로 시리아 군인들이 숨지고 기지 대부분이 파괴됐다.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발사가) 주권국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과 관련해 시리아 반군의 소행이라면서 유엔기구에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사린가스에 의한 시리아에서 사상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신경작용제 VX는 더 치명적인 독성으로 유명하다.

VX는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화학무기로 사용됐으며, 후세인 정권은 1985년 이란과의 전쟁 때 적군을 상대로 사린가스를 사용해 2만여명을 살상했다.

1988년 당시 50t이넘는 VX를 생산했던 사담 후세인 정권은 이를 반정부 세력인 쿠드르족 근거지로 살포해 5000명이 넘는 민간인을 학살하는 인종청소를 저지르기도 했다.

1995년 신흥종교집단이었던 옴진리교는 출근 시간 사린가스를 도쿄 18개 지하철역 구내에 살포해 시민 6000명이 중경상을 입고, 13명이 사망에 이르기도 했다.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무기 피해가 확대되자 UN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687호를 통해 VX를 대량살상무기로 분류, 제조ㆍ유통을 제한했다. 1993년 마련된 UN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은 100g이 넘는 VX를 생산ㆍ비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러시아와 미국도 공식적으로 보유 및 생산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지만, CWC 회원에 가입하면서 규정에 따라 소량을 폐기했다.

하지만, 북한은 CWC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VX를 집중 생산해 비공식으로 비축하고 있는 테러국가로 불리고 있다. 또한, 북한의 화학무기 보유량은 세계 3위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CWC에 따라 냉전 종식 이후 생화학무기 감축 및 폐기절차에 들어갔지만, 북한은 1980년 이후에도 약 2500~5000t 저장하고 있다고 2016년 <<국방백서>>는 밝히고 있다.

화학무기 1000t이면 4000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으며, 북한의 보유량은 최대 2억명을 살상할 수 있는 양이다. 사린가스와 VX가 북한 생화학무기의 주종이다.

이로인해 북한의 화학무기가 포탄이나 단거리미사일에 탑재될 경우 핵 못지않은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은 생화학무기를 전시 1만 2000t 규모까지 양산할 수 있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사린가스보다 100배 이상 독성을 가진 VX 생산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남 피살 때처럼 민간인 혹은 요인 대상으로도 테러가 가능한 것이다. 또한, 지난달 영국에서 노비촉이 발견된 만큼 전 세계 어디서든 일상생활을 하는 민간인들도 생화학무기에 노출될 위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프랑스 정보기관에 따르면, 시리아 내전에서도 수십t의 VX가 발견됐으며, 이는 러시아 혹은 북한에서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등은 시리아 정부가 1000t에 달하는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 (사진=뉴시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건군 70주년 열병식 (사진=뉴시스)

◆ 한반도 희생 막아야… 트럼프 역할 기대돼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입장은 일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ㆍ북ㆍ미 연쇄정상회담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지난 2월 말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 연례 회동에서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헤더노어트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의 조건은 비핵화(Our condition is denuclearization)"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북강경론에서 벗어난 것이 없음을 재확인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취임 11개월 만에 발간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압도적인 힘으로 북한의 침략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옵션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가 나온 후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빌딩에서 열린 연설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우리의 최고 압박작전은 가장 강력한 제재를 낳았지만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면서 "미국과 동맹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핵 무력 완성을 목전에 둔 북한 핵위기가 미국 본토와 동맹을 위협하는 현실적 위협이 되는 만큼 '전략적 인내' 등 과거의 대북정책을 답습하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 대해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인 수백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역량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고 개발하는 국가들의 위협을 무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러한 위협은 더욱 악화하고 우리가 갖는 방어옵션은 더 적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동북아시아에서 북한 정권은 사이버, 핵,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속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러한 무기를 추구하는 것은 세계적 대응이 필요한 세계적 위협이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은 인도ㆍ태평양 지역과 이 지역을 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의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압박하는 강력한 제재조치도 지난 2월 발표했다.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등 제 3국 선박과 기업들에 대해 무더기로 해상봉쇄 명령을 내린 것이다.

지난 2월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해상무역 통로를 차단하기 위한 무역제재 조치를 단행하면서 북한의 석탄ㆍ석유 불법 거래에 차단막을 쳤다. 이는 리비아 핵 포기 프로그램 이전에 미국이 무역과 원유거래를 봉쇄한 조치와 유사한 전략이다.

이러한 해상 차단 강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PSI) 목표로 하고 있다. PSI는 각국이 협력해 핵ㆍ생화학 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배나 비행기의 이동을 공공으로 차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북한 정권과 무역하는 위장기업들을 포괄적으로 제재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 옥죄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없다면 '세컨더리 보이콧(2차제재)' 또한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 해상봉쇄 발표 직후 "이번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제 2단계로 가야한다"면서 "이는 매우 거칠 수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불행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후 2월 평창올림픽에서 우리 정부의 조율로 북미간 대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해빙무드가 조성됐다.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부담을 느낀 북한이 기존 버티기 전략에서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 볼턴이 이끈 리비아식 비핵화 북한에도 현실 적용 가능할까

볼턴 보좌관 내정자는 2005년 미국이 고안한 PSI 마련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 내정자는 유엔주재 대사로 일하면서 직접 북핵문제를 다루기도 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에도 관여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볼턴 보좌관 내정자가 북미 정상회담을 깊숙이 관여할 것으로 전망돼 정상회담 중 제안할 비핵화 방안이 '리비아식 핵 폐기모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리비아식 모델은 '선핵포기, 후보상'을 틀로 하고 있으며, 완전한 핵포기를 선언하고 검증까지 이뤄진 뒤 제재 해제 등 보상을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은 1981년 미국과 외교를 단절했다. 1986년 이후 유엔안보리와 미국은 리비아에 대해 원유수출을 봉쇄하고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등 카다피 정권은 강력한 경제제재에 직면했었다.

결국 리비아는 2003년 미국에 핵 포기 의사를 전달했고 이듬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에 가입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았다. 이후 2015년 10월 리비아의 핵 프로그램이 완전히 폐기됐고 2006년 5월 미국과 국교가 정상화됐다. 1년 10개월 만에 핵포기 선언부터 핵 프로그램 폐기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이다.

이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이 북한이 2년 내 핵폐기를 완료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북한은 강한 거부감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 동결과 그에 따른 동시보상'을 주장했으며,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민주화 운동으로 무너진 것에 대해 핵 포기 이후 내부적 붕괴를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핵 포기가 결국 장기집권 붕괴로 이어졌다고 본 것이다.

최근 미국과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장소를 앞두고 양측 간 샅바싸움에 들어갔다. 북한의 평양과 워싱턴D.C 등 양측간 안방이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북한은 경호문제와 최고권력자 부재시 북한의 권력공백에 따른 돌발상태를 우려해 평양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가운데, 최근 김정은 위원장 내외가 비공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비공식 만남을 가진 베이징과 상하이 등이 북미정상회담 제 3국 후보지로 부상했고, 중국 외에도 몽골의 울란바토르와 스웨덴 등이 중립적인 장소로 추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5월 말 6월 초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북미정상회담 날짜를 제외하고는 의제 등이 구체적으로 보도되지 않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4월 말 성과를 분석한 후 미국 측에서 적절한 의제를 재설정하지 않을까하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시점이다.

6월 남한의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의 성과가 과도하게 정치적 이벤트로 부각된다면, 그간 오랫동안 북미 간 첨예한 이슈가 돼왔던 핵 이슈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희석될 수 있으며, 북한에 대한 지원 등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접근되지 못하고 여론의 압박을 받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에 핵실험과 중장거리미사일 시험에 이어 생화학무기 등의 이슈까지 북미정상회담 의제에 포함시킨다면,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이전부터 의제 설정을 두고 삐걱거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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